고위험시설 근거있나 … 방역 중간평가 필요
거리두기 완화, 개인방역 중요성 재부각
"업종별로 유행하는 것 아냐, 비과학적"
방역정책, 합리성 부족하면 설득력 상실
방역당국이 고심 끝에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했다. 병원 감염 위기가 여전하고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상공인 등 서민층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주되게 작용했다. 금지와 통제가 제한된 만큼 가을 대유행 차단이 시민 손에 달렸다는 분석과 함께 당국의 과학적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는 크게 진정됐다. 한때 300명을 넘었던 환자 발생이 지지난 주 110~180명, 지난주 80~110명으로 낮아졌고 13일엔 60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이 여전히 20%를 차지하고 방역망 통제범위 바깥 잠복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방역 초점을 전면 통제에서 정밀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지자체 고심이 커졌다. 특히 서울시가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 코로나 확산 중심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다. 밀집된 인구, 빈번한 접촉 등 감염병 확산 조건을 두루 갖췄다. 병원 감염 확진자가 이어지고 당국이 예상못한 게릴라성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등 위기 징후도 엿보인다. 완전 통제가 아닌 선별 방역은 보다 세심한 방역을 요구한다. 금지 범위를 좁힌 만큼 방역 구멍도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는 추석 이전 재난지원금 선별 작업도 끝마쳐야 한다. 알려진대로 선별 지원은 "잘해야 본전"이다. 기준에 못 미쳐 지원대상에서 빠진 이들, 선별 기준에 반발하는 이들 민원으로 서울 지자체들은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으며 선별업무 자체도 상당한 인력이 투입된다.
이때문에 가을 대유행 여부가 시민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역 일선을 담당하는 지자체에 과부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완화됐다. 통제와 금지가 확진자 감소에 기여하는 효과는 코로나 국면에서 누차 확인됐다. 하지만 서민층 생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 카드를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정협 권한대행이 14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이제 우리 일상은 한층 더 힘든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며 "강제성이 완화된 자리를 시민 개개인의 더 강력한 자발적 방역이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고민을 반영한다.
방역당국은 최근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풍선효과 같은 현상이 재발할 경우 거리두기 2.5단계 복귀는 물론 병상 부족 등 의료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의 경우 가장 경계했던 대형병원과 요양병원, 어르신시설 같은 감염 취약지에서 집단감염이 거리두기 완화 직전에 터져 나왔다. 최근 2주간 서울 거주 확진자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는 21.9%, 무증상자 비율도 36.4%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즉각적 대응이 장기적 방역 동력 확보에 되레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돌입한 만큼 현재까지 방역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보다 과학적인 방역정책 수립을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현재 집합금지, 영업제한 조치는 실제 증거가 아닌 추정에 근거한 대응"이라며 "식당보다 덜 위험한 PC방을 단속하고 발생 빈도가 적은 노래방은 통째로 닫아 버리는 등 시민 불만을 키워 합리적 방역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업종을 따라 전파되는 게 아니지 않나. 차라지 발생빈도가 높은 지역을 심층 분석하는 등 특정공간보다 위치·지역 기반 대응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철저한 사례 분석, 데이터에 근거한 방식이 아닌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는 방식으로는 시민 합의에 기초한 지속적 방역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