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맘택시’가 달린다
출퇴근을 위해 왕래하다보면 가끔 마주치는 해맑은 얼굴의 임신부 ㄱ씨가 있다. 어느날 집 앞에서 콜택시를 탄 그를 보았는데 그는 잠시 후 택시에서 바로 내렸다. 몸도 편치 않을 텐데….
택시에서 내리고 얼굴이 매우 어두워진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택시 안에서 냄새가 너무 나더란다. 입덧이 심한 그는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신 3개월차를 맞아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가기가 가뜩이나 부담된다고 털어놓는 그를 보면서 임산부를 위한 전용택시의 필요성을 느꼈다.
임산부를 위한 전용택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대중교통 이용만 해도 더 이상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임산부나 영유아를 동반한 부부의 경우 이동수단부터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일 게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임산부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걱정이 앞설 것이다.
은평구는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고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기 위해 ‘아이맘택시’ 운영을 시작했다. 사실 이 특화된 택시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민복지 관점에서 기획했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을 위한 아이맘택시는 대형 승합차량으로 차 안에 카시트를 장착했고 공기청정기도 구비했다. 그런가 하면 매일 차량 소독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주 승객인 임산부와 영유아를 고려한 방안이다.
승객은 은평구 주민인 임산부와 신청일 기준 12개월 이하 영유아를 둔 4500가구가 대상이다. 1일 2회, 연간 10회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8회까지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운행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인데 지역 내 출발지를 기준으로 8㎞ 이내로 운영거리가 제한돼 은평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신청은 비대면으로 한다. 아이맘택시 전용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 은평구 관리자의 승인확인을 받으면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택시 이용신청부터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방역과 안전에 최적화된 택시이다.
감염 취약계층 보호에도 한몫
한국의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9년 기준 전국 합계출산율은 0.918명으로 2015년 1.239명과 비교해 큰 감소세다. 은평구의 2019년 기준 출생아 숫자는 2407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9위를 기록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출생률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증가하지 못하는 원인은 임산부를 위한 정책이나 영유아교육 지원책, 사회 전반적인 제도 등이 확대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지난 8월 31일 발대식을 가진 은평 아이맘택시는 올해는 비교적 작은 규모인 4대로 운행을 시작한다. 아이맘택시는 출발은 미약하지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주민들을 위해 달린다. 감염 취약계층 보호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정책인 아이맘택시를 전국 지자체들이 도입하기를 제안한다.
동네에서 다시 임신부 ㄱ씨를 만난다면 아이맘택시 이용을 권하려고 한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