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국회 전자입법 시대 임박
10건 중 3건 전자입법 … 참여의원 266명
21대 들어 422건, 이달에만 147건 달해
10~11월 코로나19 재확산이후 급증
"과잉·부실입법 보완책도 같이 추진"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법안을 들고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는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클릭 한번으로 입법 발의절차가 진행되는 전자입법시대로 접어들는 모습이다.
1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23건이었던 전자입법발의 건수가 21대 들어 이달 12일까지 5개월여 동안 42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은 17대 국회였던 2015년에 국회 선진화, 혁신화 차원에서 도입됐다. 이후 2019년 3월까지는 단 한 건도 전자입법 절차로 발의된 법안이 없었으나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면서 같은 해 4월 4건, 5월 2건, 6월 1건에 이어 7월엔 16건이 전자입법시스템으로 발의됐다. 이후 임기가 끝나는 5월말까지 11개월간은 전자입법시스템이 전혀 이용되지 않았다.
21대 들어서도 초반인 6월과 7월에는 잠잠했다. 이후 8월에 3건이 전자입법시스템으로 발의된데 이어 9월 145건, 10월 127건의 발의가 이뤄졌다. 11월 들어서는 12일까지 147건의 법안이 전자방식으로 등록됐다. 전체 의원발의 건수 중 전자 발의 비율을 보면 8월엔 0.4%에 지나지 않았으나 9월엔 15.7%였고 10월과 11월엔 각각 32.9%, 29.8%로 뛰어올랐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언택트 국회 구축사업의 핵심과제로 '전자 입법 발의 활성화'를 포함시켰으며 지난 8월에 의원실을 대상으로 전자발의와 관련한 불편사항을 접수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발의와 찬성 서명받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지난달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우선 끝냈다. 서명게재 대상자를 그룹화했다. 의원들이 "전자입법 동의해달라는 문자가 수시로 온다"는 지적에 따라 서명게재 알림을 문자, 이메일 중 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명이 요청된 의안을 분류하는 기능도 새롭게 마련했다. 또 순차적으로 전자발의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추기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자입법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91명으로 전체 의원의 3분의 1수준(30.3%)이다. 또 대표발의 뿐만 아니라 서명에 참여한 의원은 266명(88.6%)이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전자입법시스템 도입으로 입법절차가 더욱 간소화됨에 따라 의원들의 입법발의 건수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곧바로 '과잉 입법'과 '부실 입법'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따라서 사전영향평가제도 등 입법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모 의원실 보좌관은 "클릭 한번으로 입법절차를 끝낼 수 있으니 발의가 수월해졌고 발의 건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의원실 비서관은 "의원실에서 뿌리는 법안동의 메일이 수없이 쌓이고 있지만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발의시스템을 과도하게 남용하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한편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전자적 방법 등 국회규칙'을 명시,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이용한 입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송 의원은 "매년 법률안 발의 건수가 증가하는 데 비해 의안과를 직접 방문해 발의하는 것은 사무처와 보좌진 업무의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국회 업무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전자시스템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대면 업무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