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국회가 이해충돌에 빠진 이유
국회의원 자정능력·선의에 맡긴 국회법 적용 '실패'
이해관계 걸렸지만 '전문가' 이름으로 상임위 배정
여야 배정 존중 관행, 오랫동안 암묵적 용인 해와
"여야 이해 떠난 독립적 '윤리심사위' 구성해야"
국회가 이해충돌 방지 문제에 휩싸여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법개정에 나설 계획이고 당의 과제로 선정해 관심이 모아진다.
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사보임 방식으로 법사위에 옮겨갔다. 애초 최 의원이 법사위가 아닌 국토위를 선택한 것은 '이해상충'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조국 아들 인턴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기소된 상태다. 지난 총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도 재판에 들어가 있다. 또 법사위 피감기관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장모와 관련된 사건을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1일 "재판 중인 최 의원이 법사위로 가는 것이야말로 '이해충돌'의 대표사례"라며 이를 승인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맹비난했다. 최 의원은 같은 날 오후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말할 일은 아니다" "누워서 침뱉기"라고는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 의원을 국토교통위원회에 누가 배치했고, 조수진 의원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멀쩡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일 "지금 최강욱 대표 뿐 아니라 조수진 의원, 또 윤한홍 의원, 야당의 다른 의원들이 패스트트랙과 관련된 수사, 공직선거법에 관련된 수사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강욱 대표만을 가지고 이해충돌 문제라고, 그걸 문제삼긴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실제 김 의원의 말처럼 여야는 수많은 '이해상충 의혹' 덩어리들을 같이 안고 있는 공생관계에 놓여 있다. 피의자가 법사위에 들어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영입된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 포진되기도 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일하던 의원들이 곧바로 이들을 감시하는 상임위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해상충 요인이 많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운영위원회에 들어가 청와대 방패막 역할을 하는 것도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원에게 적용되는 '3년간 취업제한'은 고려대상도 되지 않는다.
국회내의 이해상충 문제는 '규정미비'에 있지 않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국회법 48조 7항은 '의장 및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의원을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는 이해상충 문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한 장치가 됐다. 이 법이 사실상 사문화된 이유다.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기대 스스로 이해상충문제를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시도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서 상임위 명단을 가져오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오랜 관행은 여야 의원들을 '공범'으로 묶어 놨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제3 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박병석 의장이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안하며 '별도의 기구'를 통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완충장치를 내놓았다. 박 의장은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선언적·권고적으로 규정돼 있는데다가 이해충돌 해당 여부에 관한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조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논란에 국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특정 상임위원회 소관사항과의 사적 이해관계'를 따져 이해충돌 의견을 제출하면 의장 및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이 의견을 고려해 선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천준호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을 내면서 '국회의원 재산등록·변경 때 소속 상임위원회의 직무관련성을 심사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을 경우 상임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를 변경하도록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개별 의원이 이해충돌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작성해 재정적 이해충돌 심사단에 제출하고 특별한 경우 심사단에서 이해충돌 여부를 심층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심사단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해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윤리심사자문위나 재정적 이해충돌 심사단이 여야 정치권에 휘둘려 사실상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추천인사 동수로 구성하는 윤리심사자문위가 현재는 '징계 권고권'만 가지고 있어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미친다면 여야 모두 자문위원 추천에 정치적 성향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획정위가 대표적 사례다. 여야 추천위원들이 당파적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선거구 획정이 여야 최종협상으로 마무리돼 왔고 이는 예상가능한 수순이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추천해 구성하고 이들이 찬반 표결을 좌우할 수 있는 숫자라면 결론은 뻔하다"며 "여야 추천이라는 부분을 빼거나 이들의 추천이 실질적인 합의를 좌우하지 못하게 해야 제대로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처럼 여든 야든 한쪽이 최종 의결을 좌우하는 '비토권'을 가져선 안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