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치료? K방역 근간 흔들릴 것"
정부, 병상부족 대비 자가치료 검토
방역현장, 불안·공포 확산 신뢰 붕괴
확진자 급증으로 대유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가 치료'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병상 부족이 현실화될 것에 대비, 경증 환자를 집에서 치료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방역 현장에선 "한국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신뢰에 기반한 K방역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세균 본부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대응 역량을 중증환자에 집중하기 위해 무증상·경증 환자를 자가치료하는 방안을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전문가들과 지자체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해 자가치료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발언은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자치구는 "방역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구상"이라고 말한다. 한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자치구와 해당 보건소에는 확진자의 집과 주소, 동선을 공개하라는 항의가 빗발친다. 확진자들은 죄인이라도 된 듯 집에 갇혀 동네의 왕따가 된다. 확진이 아닌 자가격리만 받아도 주민들 눈총이 쏟아진다. 본인도 마찬가지다.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병세 호전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방역이 버틴 힘은 의료진의 헌신 등을 포함한 정부와 공공에 대한 국민들 신뢰,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라며 "자가치료는 그동안 지켜왔던 신뢰의 마지노선이 붕괴되는 계기로 작용, 대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의 정부 방역에 대한 신뢰도가 최근 하락하고 있는 경향은 자가 치료가 가져올 방역 혼란 위험성을 더한다.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등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 12월 첫째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국민들 평가는 잘하고 있다(72%)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이는 광화문집회로 2차 유행이 발생한 8월 3주 수준이다. 줄곧 80% 중반을 기록했던 이전의 성적에 비하면 10%p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82% 시민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불안이 커지고 신뢰가 저하되면 정부방역에 대한 지지가 추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방역 현장에서는 때문에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검사 역량은 세계가 인정하는 물량과 정확도를 자랑한다. 지금도 하루 16만건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검사 역량은 충분하다.
문제는 검사가 아닌 '분리'다. 경증 환자를 격리, 치료할 생활치료센터를 충분히 확보하면 의료 붕괴 사태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증환자를 병원으로 보낼 필요가 없어지면서 중증환자 치료와 관리에도 선순환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에 대비해 25개 전 자치구에 1개 이상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도 추가 시설 물색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선 환자 증가세에 비해 시설 확보가 더디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서울시 방역 관계자는 "아직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많다"며 "수도권 지자체가 서로 내 일로 여기고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설 마련에 나선다면 아직은 대응할 시간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