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확보위해 교육환경법 개정 시급
'학교인근 금지' 법에 치료시설 확보 발목
확진 후 자가대기 환자 급증, 혼란 불가피
"정쟁보다 시민 안전 위한 입법 주력해야"
일일 확진자가 700명에 임박한 가운데 병상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방역 대응에 발을 구르고 있지만 정치권이 정쟁에 휩싸여 정작 시민 생명을 구할 입법활동 등 민생 돌보기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자치구별 생활치료센터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활치료센터 조기 확보는 무증상·경증환자를 조기에 격리해 감염 확산과 자가 대기로 인한 불안·공포 확산을 막고 경증환자의 중증 진행을 차단해 중환자 병상 확보에도 도움되는 해법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자치구별 치료센터 확보 노력이 현행법에 발목이 잡혔다. 서울 자치구들이 치료시설로 적합한 호텔, 유스호스텔 등을 찾아 어렵게 설득에 나섰지만 현행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등에 관한 법을 통해 교육시설 200m 이내엔 감염병 관련 시설 설치를 금하고 있다.
방법이 없진 않다. 교육환경보호법에서는 감염병 위기 상황 등의 경우 환자 격리소 또는 요양소나 진료소는 금지시설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 이 경우 교육감이나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지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한적 허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금지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위원회 절반 이상이 학부모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감안해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같은 확산 상황에선 학교가 거의 폐쇄된다. 학생 보호가 문제된다면 등교가 재개될 경우 시설운영을 중단하는 단서조항을 개정안에 첨부하면 된다는 게 방역 관계자들 주장이다.
국회에서도 법안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위 관계자는 "언제 또 대규모 확산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산 추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관련 법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일정이 문제라고 하지만 국민적 위기 시엔 긴급 입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 주장이다. 실제 국회는 지난 9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감염병법 개정에 긴급히 나선 전례가 있다. 당시 개정을 통해 감염병 의심자의 감염여부 검사, 자가 또는 시설격리 대상자에 대한 이동수단 제한과 위치정보 수집이 가능해졌고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시설과 장소에 대한 운영중단 명령이 가능해졌다. 방역지침 준수명령과 함께 병상 등을 동원할 수 있는 명령권자에 복지부장관이 추가됐다. 뿐만 아니라 감염병 환자 및 의심자에 대한 정보제공 요청권자에 질병관리청장 외에 시도지사까지 포함됐다.
한편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 비해 정부와 정치권 대응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겨울철 3차 유행에 대비, 병상 확보를 서두른다던 복지부는 늑장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환자 격리의 핵심인 생활치료센터 확보에도 긴박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현장에선 정치권이 코로나 상황 등 민생 현안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자체 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나서 치료시설 확보와 필요하다면 영업손실을 보상해서라도 대규모 격리시설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며 "현 상태로 자가치료를 시행할 경우 주민 불안, 민원 폭주 등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