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정치권 코로나 1년, 소통도 빼앗아갔다
비대면의 정치 … "나도, 유권자도 만나자고 안 한다"
토론회 개최는 '반토막', 유권자 접촉도 '최소화'
화상 의원총회 "지도부 의사 전달 창구 역할 뿐"
유튜브 SNS 등 활용, 지지층 중심 발언 뚜렷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정치권도 '비대면 정치'를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통 전염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토론회, 의원총회, 의정보고회가 이어졌고 의원들은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유튜브와 SNS를 적극활용하고 있다. 지지층의 목소리를 위주로 듣는 '확증편향'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회관 세미나실과 간담회실 사용건수는 3535건에 그쳤다. 20대 국회가 종료되고 21대 국회로 접어드는 과정이라 점을 고려해도 크게 줄어든 규모다. 19대에서 20대로 전환하는 시점인 2016년에 세미나실과 간담회실 사용건수는 6617건이었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2017~2019년에는 7500건이상의 토론회와 간담회가 열렸다. 1년 동안 국회에서 확인된 코로나 확진자는 모두 16명이다. 최초 확진자는 지난해 8월 27일 처음 나왔다.
지난해 2월 24일에 코로나확진자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틀간 모든 청사가 폐쇄되기도 했다. 8월 27일에 최초 확진자가 나오면서 본관, 의원회관, 소통관, 어린이집이 사흘간 폐쇄됐다. 이후엔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부분적 폐쇄가 이뤄졌다.
상임위와 본회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정활동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핵심 의정활동인 지역구 애경사, 각종 행사 등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최소화했다. 심지어 의정보고회도 생략하고 의정보고서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겼다. 유권자와의 대면 만남 부재는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 드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재선의 모 의원은 "지금은 유권자들도 만나자고 하지 않고 의원 입장에서도 만나자고 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은 SNS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안을 만들기 전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토론회나 현안을 다루는 간담회도 대폭 줄어들었다. 회상 토론회나 간담회는 초청된 일부 인사들만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의원총회도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정책 의총의 경우엔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쟁점을 놓고 다퉈야 하지만 비대면에서는 쉽지 않다. 거대양당의 경우엔 의원수가 100명이 넘고 특히 여당은 174명에 달해 화상으로 토론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모 중진 의원은 "비대면 회의를 해보면 이견에 대해 얘기를 하지만 주장을 듣고 결론이 달라지거나 그런 적이 없다"면서 "지도부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준이거나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가지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해 버렸다"고 했다. 모 재선 의원은 "예전에는 현장에서 생각이 달라져 쟁점 법안에 대해 더 논의하자고 뒤로 미루거나 결론이 달라지기도 했으나 비대면으로 하다보니 그런 토론은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21대 국회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비대면 총선'으로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SNS가 유권자와 만날 핵심 통로 역할을 한 만큼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유튜브, SNS 등에 주력하는 경향이 생겼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계정이 없는 의원이 없을 정도다. 1명 이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을 전담하는 보좌진으로 뽑는 의원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유튜브나 SNS 활동은 주로 지지층과의 만남을 만들어 '확증편향'이 강화되고 지지층의 목소리에 충실한 의정활동이나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도 확인된다. SNS를 통한 강도 높은 비판과 비난이 때로는 선을 넘기도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비대면 정치가 1년 동안 이어지면서 유권자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SNS로의 지지층과의 대화가 늘어나면서 정치 양극화, 확증편향이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