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용자 보험보장 | 인터뷰 -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한방이용자 건강권 보장 위해 급여 확대"

2021-05-14 11:21:40 게재

과학화했더니 한의계 이용 못하는 모순 바꿔야 … "한방 난임-치매사업 전국 확대 추진"

한방 급여화의 정도가 미약하면서 이용자들의 의료선택권이 제한당하고 있다. 보험 적용이 되는 부분이 적은 결과다. 일부에서는 한방의 과학화 표준화 등을 급여 확대의 선행조건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화 표준화를 실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은 간과하고 있다. 한방이용자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사안들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홍주의 | 대한한의사협회장(44대 2021.4∼)은 제32∼33대 서울특별시한의사회장(2016.4∼2021.1)과 제42∼43대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2016.4∼2021.1)를 역임했으며 연세대 생화학과와 가천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사진 이의종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한 첩약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방 이용자들의 건강 선택권 보장을 위해 보험급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현재 급여화된 한방진료는 침치료-추나요법-한약제제(56종)으로 매우 적다. 장기치료로 인한 약물부작용 우려나 수술 등을 피하기 위해 한방을 이용하려고 해도 비급여 한방진료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내일신문 5월 11일자 1면, 12면 '실손보험에서 빠져 있는 한방치료①' 기사 참조>

한방 급여화 관련 여러 사안의 해결방안을 11일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44대)에게 물었다.

■한의진료와 한의약에 대한 과학화·표준화 요구가 높다.

한의사가 되기 전 연세대 생화학과에 다녔다. 인삼 더덕의 사포닌 비교연구를 하다가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한의대를 왔다. 그런데 한약재에서 유효물질을 검증해내고 추출을 해내면 양약이 돼버린다. 양약이라고 하면서 한의사는 처방을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들이 연구개발하고 처방을 공개하고 싶을까? 제도가 잘못됐다. 제도가 개선이 되면 한약재 쑥으로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중국처럼 발전이 가능하다. 최소한 한약이 연구·개발되어 성과가 나왔을 때 한의사 손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도를 개선한다면 한의학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한방의 급여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의약 표준화와 급여 확대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책임져야 할 부문이다. 정부 정책과 노력에서 한방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건강보험 모델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한의약 급여모델 개발 관련 한의과는 개설조차 되지 않았다.

한의계 역시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번 협회 집행부 공약 주요 내용 중 하나도 한의약 표준화다.

■ 한방진료이 실손 적용이 안돼 이용자들의 불편 사례로 꼽힌다.

2009년 10월 이후 한의의료 중 비급여가 실손보험에서 제외됐다. 한의계에서도 실손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의 비급여를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비급여 적정 수가를 책정해 보험사의 손해율도 낮출 수 있다. 올해 7월부터 실손에서는 비급여가 특약으로 분리되고, 비급여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일수록 보험료 할증을 부과하는 체계로 바뀐다. 한의 비급여를 양방과 마찬가지로 특약으로 보장하더라도 손해율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양 날개인데 한의계는 모두 없다. 한의 치료를 선택하고 싶은 환자들도 제도적으로 양방치료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통계자료를 가지고 손해보험협회 등 보험업계와 협의해 한의도 실손보험 적용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

■ 첩약보험 시범사업 중인데, 한의사·이용자의 참여동기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개원 한의사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된 점이다. 먼저 시간과 노력 대비해 적절한 수가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규정에 없는 엄격한 요구조건이 있다. 의약품에는 원산지 공개가 없는데 이번 시범사업에 포함됐다. 의료용 한약재는 이미 식약처 기준에 따라 검사를 거친 후 GMP시설을 통해 의약품용 관리·유통되고 있다. 의과 치과에 적용하지 않는 규정을 왜 한약재에만 적용하는지 짚어봐야 한다.

한약재 가격을 일일이 개원가에서 입력을 하는 문제가 있다. 의과 치과은 납품하는 제약회사가 하고 있다. 한약재의 특성상 수시로 단가가 변하고 여러번 입력해야 한한다. 불필요한 행정절차들이 많다.

불필요한 행정절차와 규제로 인해 처방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환자는 진료가 끝났는데도 기다려야 한다. 환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불편한 현재 시범사업을 개선하겠다.

■ 헌법재판소가 한의사 진단기기 사용을 인정한 바 있다. 현장에서 원활한 사용을 위해 후속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한 5종 의료기기(안압측정검사기 자동시야측정검사기 세극등검사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검사기)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기기들에 대해 보험급여 적용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별도로 영상진단기기 가운데 적어도 엑스레이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의대에서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이 판독할 수 있다. 저선량 엑스레이가 많이 나왔다.

정부의 '마이 데이터 공유사업'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의료기관마다 엑스레이나 CT MRI 등을 새로 촬영하지 않고 판독 등 의료행위에 대해 적정진찰료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국가적으로 자원낭비도 줄고 환자도 편해지며 진료비 부담도 덜어질 것이다. 데이터 공유를 통해 한의사가 영상진단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본다.

■ 한방난임·치매진료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데,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에 머물러 있다.

한방 난임과 치매관리 사업 전국 확대는 '저출산 고령화'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사안이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방 난임과 치매관리 사업은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규모나 지원이 미비해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확대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장으로 재직할 때 이들 사업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제 정부가 지원하는 전국 단위의 사업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다시 강조하면 한의약의 과학화 표준화는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가속화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비교적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 자동차 보험 등을 보면 국민들의 한의약에 대한 선호도는 뚜렷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서도 실손보험, 만성질환 관리제 등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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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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