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재식 농협상호금융 대표
농민·서민 불편하지 않게 금융점포 4799곳
방문고객 존중, 청년농에게는 핀테크
여수신 규모 655조원으로 국내 1위
농협상호금융은 여수신 규모가 655조원(2021년 3월 기준)에 달하는 국내 최대 금융기관이다. 금융점포수 4799개는 7대 도시 중심 시중은행과 달리 82%가 중소도시와 농촌에 분포해 있다. 고객은 농업인이나 지역주민 등 서민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농업인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야 한다.
이재식 농협상호금융 대표는 아예 유기농기능사와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이 대표는 "기존 금융기관과 같은 형태로는 농협상호금융 만의 독창적인 시장을 만들 수 없고,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농민과 지역주민들에게 더 깊숙하게 들어가서 선택받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농협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표의 시작은 금융이었다. 과장과 차장 시절 농협은행에서 근무하며 금융실명제 도입과 신상품 개발 업무를 맡았다. 이후 중앙회 기획실로 발탁돼 교육지원과 홍보 업무를 했다.
이 대표는 총 고객수는 3281만명, 잔액 30만원 이상인 실거래 고객 1904만명의 초대형 금융기관의 수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충성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로가족을 2025년까지 1000만명으로 늘려 디지털농협 구현에 한축을 담당하겠다고 한다.
■농협상호금융이 국내 최대 금융기관이라고 하는데 예수금과 영업점 등을 자세히 밝혀달라.
여수신 규모가 655조원이다. 예수금은 368조원, 대출금은 287조원이다. 지역 농축협이 운영하는 지점 점포에서 거래하는 금융을 총괄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서 하는 농협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금융기관이다. 이 때문에 전국 4799개 금융점포가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은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농·축협은 여전히 영업점 방문 고객이 많다. 1969년 조합원 상호간의 자금 융통으로 자금을 상호부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호금융 업무가 시작됐다. 농촌에 만연한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의 사채 의존도를 낮추는 시발점이 됐다. 이후에도 영농자금과 같은 정책대출 취급 등을 통해 농민과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에 공헌해왔다. 경영효율화에만 매몰돼 영업점을 줄일 수는 없다. 농업인의 금융편의를 위해 가급적 농축협 금융점포수를 유지하되 금융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상호금융이 하는 일이 농협은행과 어떻게 다른가.
2020년말 기준 농협은행을 포함해 시중 5대은행 점포수가 5059개이고, 농축협 점포는 4783개다. 그런데 농촌지역으로 보면 대부분 농축협 영업점이다. 농축협 영업점 중 읍면에 있는 곳이 2403개로 절반이 넘는다. 이에 비해 시중 5대은행은 대부분 7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농협은행은 일반적인 예적금과 자금대출, 외국환 업무 등을 취급한다. 이에 반해 농축협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본부는 농축협 상환준비금 등을 운용관리하고, 농축협의 예·적금 수납운용, 농축협 자금대출을 한다. 지역 농축협의 경우 협동조합금융과 지역농촌 기반 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핀테크로 일컫는 금융의 변화에 상호금융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대면 확산 추세에 맞춰 NH콕뱅크 등 상호금융 만의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콕뱅크는 시중은행의 핀테크 시스템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단순 간편거래 뿐 아니라 농민들이 이곳에서 농산물을 팔 수도 있다. 상호금융 고객 간 상호 간편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농업인과 지역 주민들이 소외되기 쉬운 금융정보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농사에 필요한 정보와 날씨 등을 콕뱅크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라이브생방송도 열어서 실시간 거래를 돕고, 꽃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 청년농들이 상호금융 핀테크를 활용해 농업의 질적 향상을 맛보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오픈뱅킹이 시작되면서 타은행 계좌를 등록한 고객수가 73만명에 이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충성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로가족고객이 현재 755만명인데, 올해 80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됐다. 향후 농민들과 지역 서민들이 얻게될 실익은 무엇인가.
농업과 농촌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합원 전용 서비스인 마이농가를 정교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도 발굴하고 있다. 농축협 조합원들은 이를 통해 수익관리와 자금설계가 가능해진다. 농업정책자금을 쉽게 안내받고, 금융상품도 추천해준다.
■지역 농·축협에서 위탁한 자금을 운용하는데, 실적은 어떤가.
총 운용자산이 114조원이다. 국내외 채권 투자, 대체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내고, 이를 지역 농·축협에 보낸다. 이 자금은 원금 보장이 철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우량자산 위주로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말 매출총이익 기준으로 사상 최고액인 1조716억원을 돌파했다. 향후 그린뉴딜 관련 신재생 사업을 확대하고 친환경 기업 대출과 사모투자회사 지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올해 농협 출범 60주년을 맞았다.
농업과 농촌 활성화에 상호금융 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여수신 상품 개발은 물론 도시농업 확대와 영농자금 지원 등을 살펴보고 있다. 도시민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적금과 조합원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했고, 8월에는 농업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거치식 예금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