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조직 제거"라더니 사지절단

2021-07-16 12:27:24 게재

구체적 설명 안한 의료진, 설명의무위반

환자에게 구체적 설명 없이 사지절단 수술을 실시한 의료진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이원신 부장판사)는 A씨 등이 경기 수원의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7월 농약을 술에 섞어 마신 후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 B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혼수상태로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응급처치에 나섰으나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양손과 발이 괴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농약을 마신 뒤 10여일 지나 의식이 돌아왔고, 의료진은 A씨의 입원이 20일 가량 지난 시점에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실시했다. 수술 결과 A씨는 양손의 손목관절 부위와 양쪽 다리 종아리 부위까지 절단했다. 절단 수술은 잘 됐지만 A씨는 홀로 생활하기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A씨 측은 수술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의료진의 과실로 손과 발을 잃었다며 손해배상 13억6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치료 중 적절한 약제를 사용해 괴사를 막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수술 중 과실로 사지절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료기록과 감정기록을 살펴 본 재판부는 의료진이 사지 괴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했거나 수술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당뇨를 앓고 있어 괴사 증세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고, 추가 수술을 하지 않기 위해 의료진이 충분한 사전 검사로 사지를 절단한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술과 관련한 설명의무는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결론지었다.

B병원 의료진은 수술 당일 A씨에게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수술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양손과 발을 절단하는 수술의 필요성과 절단 부위나 범위 등 수술 내용, 수술 후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물론 A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A씨의 손과 발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절단하지 않을 경우 수술 범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절단수술이라는 설명을 들었더라도 수술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불가피한 수술이라는 의료진의 주장에는 동의했지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전문가가 아닌 A씨로서는 절단수술이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고가 의식을 되찾아 긴급 수술을 시행할 필요가 없었고,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다면 최소한의 절단범위를 A씨가 선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설명의무에 대한 위자료로 2000만원을 B병원이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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