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40년 치매노인 소유주택 280만호

2021-08-13 11:33:32 게재

인지능력 한계로 법률적 매각 불능 우려 … "가족신탁 등으로 법적 대리권 준비해야"

일본에서 치매 노인들이 소유한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매각 등 법률적 행위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인지능력이 떨어져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발생했을 때 자녀를 포함해 친족이 대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최근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치매 노인이 보유한 주택은 2018년 현재 210만호 정도로 전체의 3% 수준에 이른다. 토지통계조사와 장래의 세대수 추계, 연령별 치매 유병률 등을 활용해 추산한 결과, 이 수치는 올해 221만호에 이르고, 2040년에는 280만호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매로 인해 의사능력을 잃으면 본이 소유한 주택 등 부동산의 매각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성년후견인제도를 이용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일본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23만2000명에 그치고 있다.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절차가 복잡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치매가 중증화되면 간병 및 요양시설에 입소할 필요가 생기고 이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도 문제인데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자금의 융통이 더 절실해 진다. 특히 치매가 아주 심각해지면 금융자산의 처분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치매를 가진 사람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030년이 되면 215조엔(약 22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예금 등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급할 때 거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전국은행협회는 올해 2월 성년후견인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친족 등이 대리해 예금 등의 인출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관련 제도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과 관련한 대책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호시노 타츠야 주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예금은 의료비 등 본인과 직접 관련된 이해와 합치하는 부분에 대해 긴급하게 대응을 할 수 있지만, 자택 등 부동산은 어려움이 있다"며 "주택과 관련해 치매 문제는 금융자산 이상으로 심각해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치매가 크게 진행되기 전에 가족신탁제도를 활용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부동산을 포함해 부모의 자산관리를 자녀 등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이는 후견인제도와 달리 자산을 좀더 폭넓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부모가 치매 등으로 간병 및 요양시설에 들어갈 때 자녀의 판단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부모가 이전에 행한 각종 법률적 계약관계 등은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자칫 자녀 등의 대리행위가 이미 발생한 계약 등과 충돌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호시노 연구원은 "이러한 모든 문제를 고령의 개인이 정보를 수집해 대책을 강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치매가 발생하고 진전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과 가족신탁 등의 대책을 철저히 준비시키는 것은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일본의 빈집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8년 전국의 빈집은 849만호에 달한다. 노무라총합연구소는 빈집에 대한 해체 등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2038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2254만호의 빈집이 양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치매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처분이 어려워지는 빈집의 확대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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