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자회사와 모회사 동시상장 사례 거의 없어

2022-01-06 11:20:05 게재

대주주·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고려

기존기업 주주에 집단 소송 위험 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국가에서는 회사를 쪼개서 상장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주주간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허가를 받기 힘들고, 기존 기업의 소액주주들로부터 대규모 집단소송을 당할 위험도 있다. 모회사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을 피한다.

◆GE·알파벳 자회사 모두 비상장 = 미국의 대표적인 업종 다각화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GE Healthcare, GE Capital 등 가전과 전혀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모회사인 GE의 100% 자회사다. 상장기업은 모회사인 GE가 유일하다.


2015년 8월 Alphabet이라는 상장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이의 100% 자회사가 된 구글은 여전히 비상장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유튜브 등 수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사는 지주사인 알파벳뿐이다.

미국이 법적(증권거래법)으로나 거래소 규정에서 모·자회사의 동시상장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일 상장기업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계열사 복수 상장시 이해상충에 따른 자회사 주주의 민사소송제기 등의 법적인 위험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기업들은 기업 분할을 할 때 주주총회 의결을 위해 분할의 취지, 효과,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시한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의 자문, 권고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실제 2017년 페이스북 또한 특별위의 자문, 권고에 따라 주식 분할이 무산된 바 있다.

이는 일반주주 이익침탈 방지제도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회사 경영진이 지배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탈하는 이해충돌 행위를 하는 경우 △회사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한다는 미연방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를 갖고 있다. △회사는 일반주주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게시해야 하고 일반주주들만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과 일반주주의 사전승인을 얻지 않은 경우 주주대표소송에서 회사는 '완전한 공정성의 원칙'(entire fairness rule)에 따라 엄격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델라웨어주대법원,Weinberger v. UO판결) △보험사는 이사의 불법행위를 경영보험으로 커버해주지 않는다. 완전한 공정성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보험으로도 커버되지 않으므로 찬성한 이사는 파산할 각오를 해야 한다 등의 내용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한다. 이에 이사회는 이해충돌 위험이 의심이 될 경우 실행하지 않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허용하지 않으며, 실제 비율이 0.2% 수준이다.

◆기존 주주에게도 신주 배정 = 해외에서는 분사를 해도 기존 주주에게 신규 주식을 지급하는 '인적분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의 신주 일정 부분을 지분율에 따라 배정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가 드물다.

일례로 지난달 10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은 트럭사업부(다임러트럭)를 분할한 뒤 독일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때 신설법인 다임러트럭의 신주 중 65%는 기존 모회사 다임러 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배분됐다. 모회사인 다임러는 나머지 35%만을 가져갔다. 주총에서 주주 찬성률이 99%를 넘었다.

지난달 클라우드 자회사 VM웨어를 상장시킨 델은 주당 0.44주의 신주를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인프라서비스를 분할한 IBM, 바이오시밀러와 여성건강 사업부를 떼 낸 머크도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신규 상장 주식을 지급했다. 신규 주식을 받지 못하는 기존 주주에게는 현금 보상까지 해줬다. 머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면서 보통주 10주당 신주 1주를 지급했다. 10주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현금 보상을 해줬다. IBM도 인프라서비스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5주당 1주 지급 방식을 택했고, 5주 미만을 보유한 기존 주주에게는 현금 보상을 해줬다.

◆일본, 지분 전체 매각 또는 공개매수 = 최근 일본에서는 상장 자회사의 완전자회사화를 통해 복수의 상장회사를 하나의 상장회사로 합치거나, 아예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07년 동경거래소가 자회사를 상장하는 일본의 관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후 모회사 등 지배주주에 관한 공시 강화 및 지배주주와의 거래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진행됐다. 2019년 6월 경제산업성은 '그룹지배구조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상장자회사에서의 이해충돌 방지와 지배구조에 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거래소의 상장규정 등도 구체화했다. 자회사의 상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가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 향상 및 자본효율성의 관점에서 자회사의 상장자회사로 유지하는 것이 최적인지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의 경우 2020년 최대 통신그룹인 NTT가 자회사 NTT Docomo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하여 완전자회사로 만든 후 상장폐지하기로 했고, 이토츠(자회사 패밀리마트), 소니(자회사 소니파이낸셜) 등에서도 동일한 작업을 추진하는 등 상장자회사 주주간 이해충돌 문제를 기업 스스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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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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