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 상황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얼어붙고 있다.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청년들은 스스로 실무능력을 갖춰 취업의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하지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47%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하는 등 진로설정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관련 업무 경험과 인턴 경험을 꼽았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9개월. 취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적절한 실무 역량을 갖춰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로탐색부터 시작해 직무 능력을 높이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기업은 신규 채용에서도 해당 분야 직무 경험과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1년 실시한 주요 기업 채용동향 조사에서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2분기 채용인원의 약 40%가 경력직이었다. 반면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청년의 47.4%가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의 채용방식이 수시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를 지양하고 직원이 부족할 때나 이직이 발생했을 때 특정 직무에 맞는 인재를 소규모로 채용하기 때문에 업무 경험이 매우 중요한 채용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기는 쉽지 않다. 각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취업 교육에서 중요한 이유다.

◆수시채용 일반화, 경력자 원하는 기업 = 정부가 추진하는 'WE(Work Experience)-Meet 프로젝트(가칭)'는 기업이 제시한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보면서 현장의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분석, 마케팅 등 프로젝트를 학생이 직접 수행하고 재직자 멘토링, 인턴십 등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직무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육부의 혁신공유대학과 대한상공회의소의 협력형 시범사업으로 올해 상반기에 우선 추진된다. 유 팀장은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업은 일의 경험을 중시하지만 과연 청년들에게 그런 기회가 적절히 제공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채로 뽑을 때는 채용 스펙에 맞춰 준비한 학생들이 많아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선제적으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가며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면 기업에 적응도나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창업은 청년들 진로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팬데믹으로 취업이 더 어려워짐에 따라 창업은 취업난을 돌파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취업난, 창업으로 정면 돌파하다 = 교육부가 지원하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조남규 대학창업팀장은 "최근 청년 창업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300팀을 선발해 6개월 동안 코칭과 교육을 지원하는 창업경진대회에 매년 900팀 정도가 지원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선발된 팀들은 6개월의 기간 동안 전문가의 멘토링 등 창업에 필요한 요소교육을 받으며 모의투자대회를 거쳐 사업을 구체화한다.

창업경진대회는 우수한 학생창업자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 내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목적도 크다. 창업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조 팀장은 "재단이 지원하는 창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했다. 고부가가치산업이라면 실험실에서나 할만한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기술기반이 아니더라도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장수요에 근거한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업지원단장을 겸하고 있는 최 철 숙명여대 경력개발처장은 "창업을 취업과 별개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문제해결역량을 키우는 경험은 이후 취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실패가 허용되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은 자체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멘토링이나 코칭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부에서도 창업중심대학을 선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므로 학생들은 진취적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대학 계약학과 확대로 산학협력 강화 = 신산업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학협력이 활발하다. 신기술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채용하는 통로로 대학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가 주목받는다. 취업보장은 물론 재학 중 등록금 전액과 학비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기업은 전문인력을 조기에 양성, 확보할 수 있고 학생은 질 좋은 일자리를 입학과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 모델로 꼽힌다. 전공은 반도체와 배터리, 차세대 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각각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2021학년에는 삼성전자와 연세대, 2022학년에는 SK하이닉스와 고려대가 반도체 관련 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번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2명 모집에 6.18대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0명 모집에 5.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계약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선호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관련 기업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기업이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배터리 분야에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인재가 없으면 직접 길러서 써야 한다. 대학을 통해 전문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안정적으로 수급을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 대학원 과정인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와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에서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등 앞으로 계약학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