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한국 5년 성과│① 한국 아우스빌둥 5년, 성공의 열쇠
"아우스빌둥 5년, 학생 대부분 남아"
인터뷰 -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명예회장
4월 1기생 80여명 첫 수료 … 효율성·생산성 등 일반 신입직원보다 '월등'
IMF 위기 후 20년 넘게 지속된 사회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들끓고 있다. 공자는 "나라의 부가 적은 것보다 분배의 형평성을 걱정하고, 가난보다 불안을 걱정하라"고 했다. 불안과 양극화의 시대를 극복하는 해법도 일하는 사람에게 있다.
독일의 인력양성은 우리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가. 이번 연재기사는 한국 아우스빌둥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본다. 그리고 교육문제, 청년실업, 기후환경, 4차산업혁명과 중소·중견기업, 사회 거버넌스 같은 중요한 현안에 답을 찾는다.
청년을 제대로 된 직업인으로 양성해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독일의 훈련원칙과 한국적 인력양성의 방법을 소개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2017년 독일의 아우스빌둥이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2022년 첫 졸업생이 배출되기까지 한국 사회에 아우스빌둥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5년 아우스빌둥은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일자리 프로그램, 기업에 생산성을 높이는 인력양성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아우스빌둥은 주경야독을 쉽도록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국 아우스빌둥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7년도 9월에 시작해 5년차다. 매년 100여명씩 모집해 현재 529명의 트레이니(학습근로자)가 참여해 올해 4월 말이면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3년의 집중훈련과 군 복무까지 마쳐 전문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5년 동안 1기생 80여명이 대부분이 남았다. 처음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시작해 자동차 판금·도장까지 확대됐다. 2개 브랜드, 20여개 회사에서 6개 브랜드, 40개 기업으로 확장됐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는 기업이 제대로 새로운 기술력을 기반으로 숙련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대졸자를 채용해서 기능인력으로 키우는 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인건비만 4000여만원이 지출된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직원 중에 약 30%가 적성 문제로 퇴사한다.
심각한 인력의 미스매칭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프로그램이 아우스빌둥이다. 한국 아우스빌둥에서 5년을 거친 학생들이 효율성 생산성 가동률에서 일반 경로로 진입한 신입사원들보다 훨씬 높아 참여 기업들이 만족스러워한다. 기업이 아우스빌둥에 투자한 비용보다 수익이 크다.
■도제훈련을 한국현실에 맞게 도입한 일학습병행제와 다른 성과는.
독일 아우스빌둥은 100% 기업 주도다. 한국은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행정적이고 형식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일학습병행제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초해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인데 산업의 변화를 그때그때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이런 이유를 들어 정부주도 일학습병행제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적인 틀만 제공을 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기업에 맡겨두는 게 맞다.
■최근 삼성 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청년들에게 직업훈련과 일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3년간 17만9000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본다. 심지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이야기한다. 기업에는 오랜 기간 경험이 많은 인재가 있고 대학에도 특정 분야 기술인력을 양성해온 교수들이 있다. 정부가 기본 방향을 잡아주고 그 주도권은 기업이 가지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아우스빌둥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사람 행세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대학진학률이 2008년 83%까지 치솟았다가 2018년에는 69%까지 내려왔지만 독일의 30%대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처음 아우스빌둥을 이야기했더니 '직업학교'라며 하대하더라. 독일은 기술을 우대하는 사회고 어떤 분야가 됐든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존중한다. 그 사람들이 자기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인식을 바꿔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기후·환경문제, 디지털 대전환 등이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연방상공회의소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 산업구조의 필요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기후·환경문제나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맞는 직종을 계속 개발한다. 현재 한국 아우스빌둥은 자동차 분야에 특화돼 있지만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후·환경, 디지털 분야의 독일 아우스빌둥을 도입하면 독일쪽 노하우를 우리에게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현재까지 아우스빌둥은 재한 독일기업에 머물러 있다.
당연히 한국기업으로 확대돼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면 잘못된 교육에 대한 인식, 사회 양극화,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아우스빌둥에서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백업한다면 금상첨화다.
아우스빌둥은 전세계 45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만나 처음 나눈 대화가 아우스빌둥을 미국에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아우스빌둥을 확대하는 데 가장 크게 변화돼야 할 제도개선 점은 무엇인가.
정부는 아주 기본적인 틀만 만들어주고 민간 기업에 자율권을 넘기면 된다. 아우스빌둥을 한국식으로 자꾸 바꾸려고 하면 안 맞는다. 독일이 아우스빌둥을 추구한 기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사회적 인프라는 어떠했는지 살피고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맞으면 원칙을 지키면서 제도를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을 기업현장과 학교라는 이원화된 교육훈련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독일 인력양성 방식이다. 한국의 아우스빌둥은 2017년 BMW 코리아와 메르체데스벤츠 코리아가 도입해 현재 만 트럭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 전체 6개사 약 500명의 트레이니(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