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보호에 청년들 일할 기회와 미래가 있다
온실가스로 지구촌에 진 빚 … 독일, 기후환경보호 아우스빌둥에 40년 투자
급속히 성장한 한국경제는 규모보다 큰 탄소발자국을 지구촌에 남겼다. 한국전쟁 이후 2017년까지 한국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세계 발생 총량의 1%로 세계 11번째이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세계 4위다.
한국의 GDP 규모는 2018년 세계 10위, 국민 1인당 GDP 순위는 28위다. 온실가스 발생규모가 경제규모를 앞선다. 온실가스로 지구촌에 진 빚이 적지 않다.
환경부는 201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137만톤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한 배출량이 전체의 87%(세계평균 73%)에 달한다.
부문별로 보면 우리나라 제조산업(55.7%)과 건물(21%)이 세계평균을 상회한다. 에너지 제조 건설 수송 산업공정 폐기물 농업 종사자의 기후환경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절실하다.
◆기후환경 숙련노동 직무 바꿔 = 코로나19는 기후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으로 녹색산업 인력양성을 약속했다. 독일은 노사정이 모여 2020년 8월부터 시행되는 모든 아우스빌둥에 기후환경보호 교육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 아우스빌둥은 300개가 넘는 직업에 숙련인력을 양성한다. 이제 숙련노동자는 기후환경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독일 연방직업훈련협회는 청년들에게 기후환경 관련 직업에 자격증을 취득하길 권장한다. 이 분야는 인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채워지지 않은 아우스빌둥 자리가 많다. 기업도 다양한 직종에 더 많은 기후환경 숙련인력을 찾고 있다. 청년이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는 직업능력을 갖춰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조성하는 데 직접 기여할 것을 강조한다.
◆1980년대 아우스빌둥에 환경보호 포함 = 독일은 1980년대부터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환경보호가 포함됐다. 1983년 모든 아우스빌둥 훈련규정에 기후환경 보호가 명시됐다. 1984년부터 모든 아우스빌둥에 기후환경 보호 필요성을 가르쳤다. 2000년대 생산과 서비스 활동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반할 수 있도록 직업마다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계기는 2002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선언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이다. 이후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교육에 포함시켰다. 독일 연방직업훈련협회는 다수의 시범사업으로 생산과 서비스 활동에서 기후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투자했다.
2002~2003년 연방직업훈련협회는 교육부의 수임을 받아 생산과 서비스 활동이 기후환경을 보호하도록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지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했다.
또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노사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이해관계자 컨퍼런스를 열었다. 2004년 연방정부 차원의 직업교육훈련 워킹그룹이 조직됐다. 이후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변화가 시작됐다.
◆'직업전문성' 패러다임 전환 필요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서 기후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직업마다 업무, 공정, 생산과 서비스 과정마다 다르다. 생산과 서비스 전 과정에 기후환경을 보호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이 직업전문성이 되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은 경영의 성공과 좋은 일자리뿐 아니라 기후환경 보호를 목표해야 한다. 이 셋은 경제적 이익추구, 생태계 보호, 사회적 복리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아우스빌둥은 이렇게 상이한 목표를 통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양성해야 한다.
◆직업별로 기후환경역량 개발 = 이러한 판단에 따라 독일은 직업별 특성을 고려한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5~2009년에는 산림·목재산업 직업훈련에 기후환경 보호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2005~2014년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관련 직업 3개, 건설·화학·식품영양 3개 직업에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습모듈을 제작했다. 직업자격 취득할 수 있는 조건도 고쳤다. 2015~2019년에는 도매, 대외무역 및 소매, 물류·운송 및 돌봄·보건·사회복지와 판매 및 영업직에 기후환경보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같은 시기 기후환경 보호에 적합한 직업훈련 장소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지표를 개발했다. 지난 40년 독일은 한걸음씩 꼼꼼하게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후위기, 기다려주지 않아 = 프리드리히 후베르트 에스너 독일 연방직업훈련협회 대표는 2020년 연방직업훈련협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독일은 직업훈련이 기후환경을 보호하도록 지난 수십년 땀방울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며 "현재 기후환경분야의 직업은 어느 때보다 인력수요가 많고 이제 우리의 노력이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으로 돌아가 기후환경을 보호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투자를 시작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생산과 서비스의 현장에서 직업인이 자연자원을 보호하고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소중히 여기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정미경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장은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해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 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