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한국 5년 성과│③ 중견기업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모델
중견기업, 필요한 고급인력 못찾아
임금·근로조건 대기업에 못 미쳐 … 일할 만하면 떠나, 신규채용 고민
IMF 위기 후 20년 넘게 지속된 사회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들끓고 있다. 공자는 "나라의 부가 적은 것보다 분배의 형평성을 걱정하고, 가난보다 불안을 걱정하라"고 했다. 불안과 양극화의 시대를 극복하는 해법도 일하는 사람에게 있다.
독일의 인력양성은 우리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가. 이번 연재기사는 한국 아우스빌둥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본다. 그리고 교육문제, 청년실업, 기후환경, 4차산업혁명과 중소·중견기업, 사회 거버넌스 같은 중요한 현안에 답을 찾는다.
청년이 제대로 된 직업인으로 양성돼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독일의 훈련원칙과 한국적 인력양성의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수는 5526개다(2020년). 전체 기업체수의 0.7%에 해당한다. 중견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영리기업 매출액의 15.7%, 고용의 14.3%, 수출의 17.3%를 각각 차지한다(2019년 말 기준).
중견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유지, 청년실업 완화,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시장 개척 등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소재·부품·장비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군이며, 가치사슬에서 주로 대기업의 협력사이면서 중소기업의 수요기업 역할을 담당하는 경제의 주력 엔진이다.
중견기업의 건실한 성장·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다수는 특히 R&D와 신사업 진출 등 혁신활동과 4차산업혁명에 대응할 우수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견기업의 인력 확보난 = 2020년 말 기준 중견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136만명이다. 중견기업 종사자의 이직률은 최근 3년 평균 15.4%로 매우 높다. 신규채용 이유 중 76%가 '이직자 발생'이다. 신규인력 채용시 애로는 '적합한 인재 부재(48.0%)' '임금 및 근로조건의 열악(16.4%)' '지방소재, 지역 위치에 따른 어려움(15.6%)' '취업 희망자의 객관적 능력 파악 미흡(8.6%)' 등이다. 중견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초기 중견기업과 내수 중심 기업이 우수인력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차산업혁명, 석·박사급 인력 긴요 = 중견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38%가 석·박사급 인력을 필요로 한다. 중견기업 전체로 약 2만명 정도의 석·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8000명, 경영사무 분야에서 5000명 정도다.
중견기업의 20%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에 석·박사인력을 필요로 한다. 중견기업 전체로 2500명 정도의 AI·빅데이터 석·박사 인력 수요가 예상되며, 연구개발 분야에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200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다수는 해당 분야 경력자 부족, 고임금, 낮은 인지도 등으로 신기술·신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R&D 전문인력과 AI·빅데이터·소프트웨어(SW) 분야의 고급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과 협력사업도 쉽지 않다 =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A사의 경우, 석·박사급 인재 확보 자체가 어렵고 인재를 채용해도 1년 후 퇴사가 20~30%에 달하며,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4~5년 후에는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지방에 있는 연구소를 서울로 이전하고 인재 확보를 위해 대학과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우수 대학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태양광발전용 태양전지, 클린환경 분야 제품을 생산·시공하는 B사는 현장에 적용할 AI솔루션 개발을 목적으로 서울 소재 대학과 공동으로 산업AI 솔루션센터를 설립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B사는 자동화와 디지털 단계의 기술력은 외부기술 도입과 컨설팅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지능화 단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인재 확보가 어렵다. AI솔루션 개발을 넘어 개발한 솔루션을 활용한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 확보와 양성이 절실하다.
◆지방 소재기업 우수인재 확보 어렵다 = 트렉터와 이양기 등 농업용기계를 생산하는 C사는 수도권에서 먼 지방에 소재한다. 우수인력이 지방으로 오길 꺼려해 신산업 진출에 어려움이 크다. 특히 자율주행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경합금 절삭공구 제조기업인 D사는 최근 3년에 걸쳐 약 1000억원을 신규로 투자했다. 경쟁력 제고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해당 분야의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운 데다 중견기업 대상 병역특례제도가 없어져 우수인력은 더 고갈됐다.
특히 지방소재 사업장에 근무할 우수인력 확보가 큰 고민거리다. 연구소 근무자 80명 중 박사는 1명, 석사는 3명에 불과하다.
◆"일할 만하면 떠나, 인력투자 두렵다" = 자동차용 키장치, 스위치 등 자동차용 신품 전기장치를 생산하는 E사는 R&D투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우수인력에 투자하는 데 회의적이다. R&D 분야 고급인력을 채용했으나 인건비는 높고 평균 3~5년 근무하면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리 압연 등 비철금속을 제조하는 F사의 경우, 인력을 채용하면 급여와 복지비용 등으로 1인당 연간 약 1억원이 지출된다. 그런데도 입사 후 1년 안에 30% 정도가 회사를 떠난다. 우수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잦은 이직, 해당 과제에 적합한 특화된 인재 부재, 지방에 위치하는 지리적 불편함,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의 열악, 입사원서와 면접으로 취업 희망자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 등 우수인력 구인에 따른 애로를 해결할 인력양성 방안이 시급하다.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을 기업현장과 학교라는 이원화된 교육훈련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독일 인력양성 방식이다. 한국의 아우스빌둥은 2017년 BMW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도입해 현재 만 트럭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 전체 6개사 약 500명의 트레이니(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경제공법을 전공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