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중소·중견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

2022-02-22 12:34:00 게재

신속성·다양성·창의성 시대 중소기업 더 중요 … 독일의 중소기업, 보호대상 아닌 생산성 혁신주체

국부의 근원은 아담 스미스 이후 줄곧 강조되듯 '생산성'이다. 생산성 향상의 주체는 기업이다. 생산성은 외부적 충격에도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다.

기업은 물적자본 인적자본 지식자본과 기술자본 등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다른 경제주체들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럼 왜 중소·중견기업인가? 기후위기 등 글로벌 뉴노멀이 쏟아지는 위기에 산업의 구석구석에서 이에 대응할 공급사슬을 둔 중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생산성이 심각하게 저조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비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약 65%인데 한국 중소기업은 30%에 불과하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포스트 코로나 시기와 겹쳐 격랑하면서 신속성 다양성 창의성 등이 기업전략에서 중요하다. 대기업보다 기민한 중소기업 육성이 절실하다.


◆공정경쟁 틀에서 자생력 갖게 = 중소기업정책은 독일어로 'Mittelstandspolitik'이다. 'Mittelstand'는 대기업, 영세기업, 노동자의 중간(Mittel)에 '견고하게 서 있는(stand)' 기업, 즉 '중산층기업'이다.

이들에 대한 정책의 이념은 중산층기업이 견실하면 사회의 양극화를 막는다는 사회적 시장경제론에 기초한다. 계급 구조화를 막아 사회갈등을 완화한다. 고용으로 사회복리를 높여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 지역기업으로 지역자치 재정력 확충에 기여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

그 결과 국가는 교육, 기초과학 육성, 국방 등 공공인프라 구축에 전념할 수 있다. 국가 전체 선순환적 포지티브섬이다. 방법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공정경쟁의 틀 안에서 이들 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 예가 아우스빌둥 지원이며, 이로써 중소중견기업은 보호 대상이 아닌 생산성을 선도하는 혁신의 주체가 된다.

◆독일 중소기업 생산성, 한국 2배 = 독일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생산성은 70% 수준, 한국의 2배이다. 이들 중소기업을 선도하는 주체를 히든챔피언기업이라 부른다. 그 수는 독일이 세계 제1위로 1307개인데 한국은 23개 기업에 불과하다. 인구 100만명 당 독일 16개, 한국 0.5개다. 수원시 규모의 도시에 독일이 20개라면, 한국은 1개에 불과하다.

독일은 이런 히든챔피언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지역의 자전적 경제활동이 일정 정도 가능하다. 이들 기업들은 2010년대 전후 10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 8.8%, 근로자수증가율 4.7%, 생산성증가율 4%를 기록했다. 생산성의 간접지표인 8%의 세후매출수익률은 독일기업 평균 3.3%와 세계 500대 기업 4.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우스빌둥은 생산성의 상징 = 히든챔피언을 포함한 독일 중소기업들의 주요 인력채용 채널은 아우스빌둥이다. 독일 전체기업 대비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은 약 55%인데 아우스빌둥 훈련생 고용비중은 80% 수준이다.

2018년 전체 근로자 대비 기업 내 아우스빌둥 훈련생 비중은 대기업 평균 4.1%, 중소기업 5.1%인데 히든챔피언기업은 5%를 상회했다.

독일 북서부 '바이드뮐러'(Weidmuller)사는 훈련생 비중이 9%이고 10%를 넘어선 때도 있다.

히든챔피언의 주요 경쟁력은 기술직원의 탁월한 전문성과 숙련이다. 이들은 구직자의 전공, 적성, 미래 발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아우스빌둥을 전통으로 정착시켰다.

독일 전체 42만개에 달하는 아우스빌둥 기업은 아우스빌둥이 생산성 제고 효과 이외 이직률을 낮춰 생산성의 누수를 막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히든챔피언 기업의 이직률은 독일어권 국가들 평균에 비해서도 5%p 낮다.

독일어권 국가는 OECD 국가 중에서 이직률이 낮은 그룹이다. 입직률과 이직률을 합친 노동이동률은 OECD 평균 35.7%, 독일은 29%, 한국은 60.4%에 달한다.

피고용자 200명 기업이라면 매년 직원 10명의 노하우가 유실되지 않고 기업에 더 쌓인다. 매년 10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숙달시키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청소년 입시 실패, 청년실업으로 = OECD에 따르면 대학진학을 계획하는 15세 청소년 비중(2018년)이 한국은 89.9%, 독일은 34.7%다. 실제 25~34세 대학학위 취득 비중(2019년)은 한국 69.8%, 독일 33.3%이다. 둘 사이 격차는 한국 20.1%p, 독일 1.4%p이다. 적성과 수학능력 고려 없이 대학교 진학을 꿈꾼 한국 청소년 다수는 입시에 청소년기를 투자해 실패한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대학진학 희망과 실제 진학의 비율 차가 10%p면 청년실업률은 약 1.5%p 상승한다. 독일과 같이 대학진학에 비해 오히려 실속있는 아우스빌둥과 같은 직업교육시스템이 있으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산업 대전환의 시기,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청년의 미래 설계에 매력 있도록 기업도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 직업으로 이전의 불안정성을 낮추기 위해 직업교육에 산-관-학의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2020) 보고는 우수한 직업교육이 청년들의 전문직무기술 및 역량을 향상해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고 경제성장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창권 전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이다.

독일 뮌헨대 경제학박사를 취득하고 독일국방대 연구원,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객원교수, KDI 초빙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통일경제, 중소기업 및 직업교육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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