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65세 이상 운전자) 사고 증가 "교통환경 개선 필요"

2022-03-31 11:31:39 게재

65세 이상 면허 11%, 연간 사고 3만건 … "면허 반납 공감하지만 제도 개선"

#3월 30일 부산 서구에서 80대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주민센터 건물을 들이받고 급하게 후진하다 버스정류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또 다른 시민이 다리를 크게 다쳤다.

#2월 22일 경기도 양평에서 80대 운전자가 보행자를 치고 달아났다. 목격자 신고로 범인은 1시간 만에 잡혔고 이 운전자는 "아침 햇볕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였고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고령운전자가 늘면서 교통사고도 증가하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면허증 반납 등에 공감하면서도 교통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가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51만5132대다. 전체 등록 차량 2136만3323대의 30.4%에 달한다. 개인 차량 10대 가운데 3대가 60대 이상 운전자의 차량인 셈이다. 이 중 80대 이상 고령운전자 차량은 30만2636대에 달한다.

◆ 80세 이상 교통사고 2579건 = 지난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펴낸 '고령자의 교통범죄예방을 위한 실태조사연구(실태조사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 운전면허소지자는 2016년 전체 운전면허소지자 3119만359명 가운데 249만2778명(8.0%)이었고 2020년에는 3319만565만명 중 368만2632명으로 11.1%로 늘었다 .

교통사고도 증가했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 21만5955건 중에서 65세 이상 교통사고는 2만4429건 11.3%에서 2020년 3만1072건 15.1%로 늘었다. 특히 80세 이상 교통사고는 2019년 2579건으로 고령운전자 사고 중에서 7.8%를 차지했다.

고령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위급 상황 대처 능력도 뒤처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 상태 물체를 파악하는 '정지 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실제 고령운전자들은 차량 운전 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실태조사연구 결과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서울·경기도 거주 65세 이상 운전자 1000명과 비교집단 65세 미만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5세 이상 고령자 중 66.4%가 운전 시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특히 '야간에 도로 주행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률이 52.0%를 보였다. 운전 중에 순발력이 필요한 여러 상황에 대한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구에서 운전면허 자진반납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의향 있다'는 응답자는 비고령자는 68.0%,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77.4%, 75세 이상은 80.6% 였다.

◆ 고령자 고려 면허 개선 필요 = 연령에 따른 운전면허증 갱신 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고령자(18.9%)가 비고령자(11.2%)에 비해 반대 의견이 많아 나이를 기준으로 갱신 기간 단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찰청이 밝힌 65세 이상 운전면허 자진반납 현황은 2019년 7만3293건으로 면허소지자 대비 2.2%였다.

도로교통공단은 "고령운전자 대책으로 75세 이상 적성검사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령운전자 기본권을 제한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연구에서는 "조건을 부여하는 제한 면허 등의 운영, 생물학적 연령 그 자체가 아니라 운전능력을 측정하는 도구의 개발과 검사 영역의 확대, 고령자를 고려한 운전면허 제도의 개선과 보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수형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고령운전자를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볼 필요도 있다"며 "고령자 운전을 통제·관리하기보다는 고령운전자 ??翅?표지판 글자 크기나 색상, 신호체계 등 교통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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