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 지방선거│④ 호남권·제주
관료냐 정치인이냐 … 정권교체 대응할 리더십 경쟁
민주 '공천이 곧 당선' 공식 이번에도 유효
국민의힘, 호남·제주 광역단체장 모두 '경선'
지난 대선에서 광주와 전남·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윤석열 당선인이 3곳 모두에서 두자리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민주당 지지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수정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6월 지방선거에서 호남 유권자의 선택기준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정국 변화를 위기로 진단하고 위기대응에 필요한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공천에서부터 혁신적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심판론이 민주당에 대한 비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8일 여야에 따르면 광주 전북 등은 관료출신 현역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출신 도전자간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힘은 공천을 희망하는 자원자가 늘어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것을 반기고 있다. '의미있는 득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친박계 인사로 18대 비례대표와 전남 순천(19~20대)에서 당선됐던 이정현 전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에 나서 눈길을 끈다.
◆이용섭-강기정 재대결 = 광주시장 선거는 역대 선거처럼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 공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에도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반감이 여전해 변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은 이용섭 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찌감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정준호 변호사와 김해경 남부대 초빙교수가 출마했지만 현재까진 역부족이다. 이 시장과 강 전 수석은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맞붙었다. 4년이 지난 현재 판세는 박빙이다. 각종 여론조사결과도 오차범위 내에 있다. 양측 관계자들도 예측불허로 보고 있다. 현역 단체장 이점이 사라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이겼어도 인물난을 겪고 있다. 대선 때 광주를 총괄했던 송기석 전 의원에게 출마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선 때 윤 당선인을 도왔던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과 윤택림 전남대 교수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인지도가 낮은 주기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과 하헌식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이 출마해 경선을 벌인다.
이밖에도 장연주 정의당 후보, 문현철 기본소득당 후보, 김주업 진보당 후보, 정광선 무소속 후보 등이 나선다.
◆이정현 '의미있는 득표' 가능할까 =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는 경선 없이 김영록 현 지사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3선인 이개호 의원과 김승남·서삼석 의원 등이 거론됐지만 실제 출마하지는 않았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 지사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췄다. 이런 강점을 내세워 전국 최고 득표율에 도전한다. 재선 성공 후 대통령선거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경선을 치른다.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중효 영암·무안·신안군 당협위원장이다. 주목받는 인물은 이 전 대표다. 그는 "김 지사와 양자 대결로 가게 되면 50.1%의 득표율로 당선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기대와 달리 윤 당선인 전남지역 득표율(11.4%)을 넘어서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상을 얻을 경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당내 영향력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정치권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인지도가 높고 거부감이 덜하다. 또 김 지사(고향 완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전남 동부권(순천) 출신이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 광주·전남 예산을 골고루 챙겼다. 지역 특성상 윤 당선인과 통로가 부족한 것도 이 전 대표의 희소성을 높였고, 현재까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진보당에선 민점기 전 전국공무원노조 초대 전남본부장이 출마한다.
◆전현직 국회의원 4명 도전장 = 전북도지사 선거는 관료 출신의 송하진 전북지사가 3선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4명 등이 참여하는 민주당 공천경쟁이 관심이다. 국민의힘은 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보수정당에선 드물게 호남권에서 후보 경선을 진행할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북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처럼 민주당 공천 경쟁이 사실상의 본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7일 민주당 광역단체장 공천신청 결과 송하진 현 전북지사와 함께 현역 국회의원인 김윤덕·안호영 의원과 전직 국회의원인 유성엽·김관영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송 지사는 행정관료 출신으로 두 번의 전주시장을 역임하고 전북지사 3선에 도전한다. 역대 전북지사 가운데 3연임 도전은 송 지사가 처음이다. 이에 맞서는 안호영 의원은 '위기돌파형 리더십'을, 김관영 전 의원은 '힘 있는 경제도지사'를 기치로 내걸었다. 김윤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가장 먼저 이재명캠프에 결합한 뒤 '전북 대전환'을 강조한다. 유성엽 전 의원은 2006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국민의힘은 김용호 남원임실순창당협위원장과 양정무 ㈜랭스필드 대표이사가 공천을 희망했다. 지방선거에서 보수성향 정당에 복수 후보군이 등장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의당도 적합한 후보를 물색 중이고, 김재선 덕산그룹 대표가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다.
◆후보자 풍년, 예선전부터 긴장감 = 제주도지사 선거는 후보자 풍년이다. 현재 거론되는 예비후보만 16명이다.
민주당은 김태석 전 제주도의회 의장,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 오영훈 국회의원 3명이다. 국민의힘엔 무려 7명의 예비후보가 몰렸다. 김용철 공인회계사,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박선호 원바이오닉스선호코리아 대표, 부임춘 전 제주신문 사장, 장성철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 정은석 윤석열 대통령후보 특별보좌관,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그들이다. 합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당 현덕규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8명이 1차 경쟁을 벌인다.
정의당에서는 고병수 전 도당위원장이 도전장을 냈다.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대표와 단일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제주녹색당은 부순정 운영위원장이 후보다. 무소속으로는 오영국·장정애씨가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