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내주고 반성 미룬 민주당, 지방자치 주도권도 내줬다

2022-06-02 12:35:04 게재

보궐선거·대선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

패배 자성 없이 "투표하면 이긴다" 반복

선거전략·지도부 갈등 등 내부 혼선도

6.1 지방선거에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완패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17곳 중 국민의힘이 12곳, 민주당이 5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기초단체장 226곳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이 64%를 차지했다. 4년 전 7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야가 거둔 결과가 완전히 바뀌었다. 민주당은 3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패하면서 2021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부터 3연패를 기록했다. 정권을 내준 뒤 패배에 대한 반성보다는 '균형'을 앞세워 정권견제를 강조했지만 민심의 외면을 받아 지방자치 주도권까지 내주게 된 셈이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개표상황실 나서는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지켜본 후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메아리' 없는 투표 독려 = 민주당은 당초 이번 지방선거 목표를 광역단체장 과반 승리로 제시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8~9곳 승리를 목표로 제시하며 내부를 독려했다. 새 정권 출범에 따른 '여권 허니문 선거'라는 악조건이지만 윤석열정부의 초반 혼선이 야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0.73%p라는 역대 최소표 차로 나타난 대선 민심을 민주당을 통한 새 여권에 대한 견제심리로 판단한 것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이나 평가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이재명 위원장도 "투표하면 이긴다"며 지지층을 독려했지만 결과는 12대 5라는 참담한 결과다. 인천~경기~충청~호남으로 이어지는 '서부벨트'에서도 기초단체장 선거 등에서 호남을 빼고는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넘겼다.

2일 민주당 안에서도 "완벽한 패배"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0시쯤 인천 계양구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예상됐던 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겸허히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2일 개표가 마무리된 오전에 SNS에 "완벽하게 패배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왜 실패했을까.

◆"대선 민심 잘못 읽은 후과" =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정권교체 민심의 오독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정권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민주당이 역대 최소 표 차이로 분전한 결과를 민주당 지도부 등은 '졌잘싸'로 해석하고 이를 지방선거와 연결하려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6월 지방선거 결과는)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도 있겠으나 민주당의 반성 없는 행태에 대한 심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선에서 간발의 차는 윤석열 당선인의 독주에 대한 경계 심리로 봐야 한다"면서 "이를 잘못 읽은 민주당이 반성·변화 없이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훨씬 큰 차이로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검수완박 밀어붙이기 등 강성지지층을 타깃으로 한 민주당의 행태가 오만하게 비쳤을 것이라는 말이다.

조응천 민주당 비대위원은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혁신 등을 전제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해 버렸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도 2일 SNS에 올린 글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말로만 반성한 민주당에게 민심은 철퇴를 내렸다"고 했다.

리더십 부재 드러낸 지도부 = 지방선거를 이끈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윤호중·박지현을 투톱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전 대표 등의 공천과정에서 리더십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내부 자성과 혁신을 놓고는 비대위원장간 내분양상을 보여 선거기간 중 자중지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패배라는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원팀'의 기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선거전략에 대한 지적도 많다. 말로는 인물론을 강조하면서도 메시지나 대여 대응은 '정권견제론' 등 구도경쟁을 벌이는 것도 패착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검토한다고 하자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지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 제시는 옳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당내에서는 막판까지 엇박자가 이어졌다.

조응천 비대위원은 앞의 인터뷰에서 "중앙당 전략에서 견제론을 윤석열정부 견제론을 들고 나왔는데 인물론으로 갔어야 된다"면서 "거대의석을 가진 야당이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정부를 상대로 견제를 한다는 것이 공허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여야 간의 대결구도 위주로 가면서 '인물론' 이미지가 강한 이광재(강원) 양승조(충남) 허태정(대전) 후보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탈층 복원 포기, 여권과 대비" = 민주당의 거듭된 패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내부의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2일 SNS에 올린 글에서 "대선이 끝나고 민주-국민의힘 균형/경합국면이 상당히 유지될 것으로 보았는데 빠르게 보수우위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철회한 '이탈민주'의 복원보다는 '잔류민주층'에 타깃을 맞췄다. 강성지지층의 여론을 고려한 정책 위주로 흘러가고 민주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올드 보수(탄핵 반대, 노무현·김대중 거부)를 타깃으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뉴보수층으로 국정타깃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성 측면에서 국민의힘 등 보수층이 주도권을 쥐게 돼 지방선거 이후 여권은 국정 탄력을 받고, 민주당은 기존 전략을 고수한다면 패인과 진로를 둘러싼 혼란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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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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