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광역 12곳, 기초 145곳' 승리
지방선거 유권자 표심 '야당 두번 심판'
민주, 경기지사 0.15%p 신승 체면치레
오세훈에 김동연도 차기 대선주자 반열
6.1전국지방동시선거는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 이어 6.1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심판을 선택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2곳, 기초자치단체장 226곳 가운데 145곳에서 승리했다. 4년 전 각각 2곳과 53곳에서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뒤바뀐 결과다. 반대로 야당이 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5곳, 기초단체장 63곳을 지키는데 그쳤다. 무소속은 17곳에서 당선됐는데, 대부분 거대 양당의 공천 잡음이 있었던 곳이다. 진보당은 울산 동구에서 이기면서 진보정당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수도권 싹쓸이 막은 경기지사 선거 =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에서는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김동연 후보는 2일 최종 개표 결과 49.06%를 얻어 48.91%를 득표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8913표(0.15%) 차이로 앞서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안방인 경기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후보를 상대로 정권견제의 불씨를 살리게 됐다.
경기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2일 오전 9시 기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2곳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29곳을 싹쓸이 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9곳만 앞섰다. '대선' 직후 치러져 국민의힘 바람이 거셌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민주당내 분위기다. 인구 100만 이상 수원·용인·고양특례시 가운데 수원에서만 이재준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용인과 고양은 이상일·이동환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제33·34·38대에 이어 39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낮은 투표율도 오 후보 지지세를 꺾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 서울시 투표율(53.2%)은 2018년 지방선거(59.8%)에 비해 6.6%p나 낮아졌고 지난해 재보궐선거(58.0%)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졌다. 하지만 오 후보는 지난해 박영선 후보와 맞붙어 얻었던 득표율 차(18.32%p)보다 더 큰 격차로 4선에 성공했다. 오 후보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두면서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 선거가 갖는 더 큰 의미는 지방권력의 총체적 교체다. 25곳 중 1곳에 불과했던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은 17곳으로 늘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110개 의석 가운데 6석에 불과했던 국민의힘 의석수는 70개가 됐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민주당 일색 자치구와 시의회 탓에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며 지방권력 교체를 호소했다. 자신의 20%p 차 압승에 더해 구청장 2/3와 시의회 과반 의석을 등에 업은 오 시장은 시정 운영에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인천 선거에서도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박남춘 민주당 후보에게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10개 군수·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7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계양·부평 2곳을 지켰다.
◆보수로 회귀한 충청·PK·강원 =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충청권과 부울경, 강원 등이 보수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석권했다.
대전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접전을 벌인 끝에 이장우 후보가 2.39%p 격차로 신승했다. 이 후보는 동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대전시장까지 거머쥐게 됐다.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는 세종시장 선거다. 세종시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충청권 4개 시·도 가운데 7.77%p 격차로 유일하게 승리한 지역이다. 당초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됐지만 결과는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의 5.67%p 격차 승리였다.
충남도지사 선거도 당초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7.75%p 격차로 승리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이어졌다. 대전시는 유성구를 제외하고 국민의힘 후보가 4개 구청장을 차지했다. 충남은 15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가 12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 후보는 현직 군수가 출마한 부여·청양·태안 3개 군에서 승리했다. 충북은 11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가 7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옥천·음성·진천·증평 4개 군에서 승리했다.
부울경 지역도 보수 회귀 현상이 뚜렷해지며 정치지형이 다시 2018년 선거 이전으로 돌아섰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복원한 줄 알았던 '진보·개혁성'은 4년 만에 무너졌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3곳에서 모두 이겼을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까지 대부분 석권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는 변성완 민주당 후보에 2배 이상 표차로 승리했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도 김두겸 후보는 현직인 송철호 민주당 후보를 20% 차로 여유 있게 이겼다. 경남지사 선거 역시 창원시장 출신인 박완수 후보가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2배 이상 차로 눌렀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부산·울산·경남 39곳 중 국민의힘이 34곳을 이겼다. 민주당은 남해군수에 출마한 장충남 후보만 유일하게 생환했다. 노동자 도시로 불리는 울산 동구는 김종훈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의령·하동·함양 등 경남의 무소속 당선자 3인방은 모두 국민의힘에 복당할 전망이다.
광역의원도 마찬가지다. 부산은 국민의힘이 42곳 선거구 모두를 차지했다. 울산 역시 19곳 모두에서 국민의힘이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부산과 울산에서 단 한 곳도 광역의원 배지를 차지하지 못하고 참패했다.
민주당은 경남에서 김해시와 남해시 단 2곳에서만 광역의원을 배출했다. 강원지사 선거도 12년만에 보수로 돌아섰다.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54.07%를 얻어 45.92%에 그친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 8.15%p 차이로 승리했다. 강원도 기초단체장 선거는 17곳 가운데 국민의힘이 13곳, 민주당이 4곳에서 각각 당선됐다.
◆보수·진보 아성 변함없었다 =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광역단체장 3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광주시장에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후보가 당선됐고, 전남지사는 김영록 현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전북지사는 김관영 후보가 82.1%를 얻어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후보들도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는 15.90%로 보수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광주에서 얻었던 12.7%를 뛰어넘은 결과다.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81%를 얻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전남·북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무소속 후보가 7곳(목포 순천 광영 강진 진도 무안 영광)에서 당선됐다. 대선 패배에도 반성하지 않고 공천 잡음 등으로 오만한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대부분 전·현직 단체장 출신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는데,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TK지역도 이변은 없었다. 대구시장은 홍준표, 경북지사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됐다.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31곳 가운데 28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이 가운데 3곳은 무투표 당선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에서 4곳, 경북에서 8곳에 후보를 냈지만 모두 낙선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는 영천시와 의성·울릉군까지 모두 3곳에서 당선됐다.
제주지사는 오영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