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회권력도 뒤집어졌다
국민의힘 70석·민주당 31석
4년전 6석 vs 100석, 뒤집혀
서울시 의회권력이 뒤집어졌다. 민주당 일색이던 시의회 의석 수에 변화가 오면서 집행부인 서울시와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당선 이후 민주당 주도 시의회와 줄곧 대립각을 세우던 오세훈 시장의 시정 운영에도 추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선거는 국민의힘 70석, 민주당 31석 등 국민의힘 압승으로 귀결됐다.
7월 1일 출범하는 제11대 서울시의회 의석수는 112개다. 지역구 101석에 비례대표 11석으로 구성돼 있다.
2018년 선거에서 전체 110석 가운데 102석을 차지했던 민주당 의석수가 36석으로 쪼그라들면서 의회권력을 완전히 넘겨주게 됐다.
의회권력 재편에 따라 서울시와 관계는 물론 서울시 운영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TBS 개편이 거론된다. 오세훈 당선인은 후보 시절 TBS를 교육방송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직원들과 방송계에선 오세훈판 언론탄압이라며 비판이 나왔다.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키며 보수진영의 지속적인 지탄 대상이 됐다.
교육방송 개편은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TBS의 방송 편성권에 개입할 수 없는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 방송법 위반 없이 체제를 뒤바꿀 수 있는 우회적 전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상징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YOU)'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오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이·서울·유'는 내용이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이 많다"며 "지방선거가 끝나고 시의회가 새롭게 구성되면 (시의회와 함께) 본격적인 공모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서울·유 브랜드 교체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로 오 시장이 당선된 뒤 서울시는 '아이·서울·유' 대신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공식 문서와 직원들 명함에도 새 브랜드가 쓰이고 있다.
오 당선인 주력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런·안심소득·지천 르네상스 등이다. 특히 서울 전역의 지천을 개발하는 한강르네상스 시즌2, 이른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당 사업들은 민주당 주도 시의회의 반대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세훈, 조례 개정 나설 듯 = TBS와 아이·서울·유 브랜드 교체가 시의회 재편과 연관된 것은 두 사업이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와 상의·조례 개정 없인 사업 구조 개편, 브랜드 이름 교체가 불가능하다.
안심소득 시범사업과 서울런 등 오세훈표 핵심공약은 날개를 달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업 모두 시의회의 제동에 제대로된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약자와의 동행을 핵심 구호로 내걸었다. 생계·주거·교육·의료 등 4대 부문 공약을 내세웠다. 안심소득, 고급형 임대주택, 서울런, 공공의료 확충 등을 구체적 내용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에선 약자와의 동행이 중도 확장을 위한 오 당선인의 회심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이후 정치적 도약을 위해 일찍부터 해당 정책을 가다듬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우위 속에 치른 이번 선거를 통해 약자와의 동행을 본격적으로 내걸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 지도자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오 당선인 측이 가장 쾌재를 외치는 분야는 연말 예산편성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지난해 예산 심의 당시 한달 이상 '전쟁'을 치렀다. 핵심사업 예산을 확보하려는 오 시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시의원들 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오 당선인측 관계자는 "시의회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다음해 예산 편성"이라며 "시의회와 다툼 끝에 무상급식 투표에 나섰던 오 시장 입장에선 자기 선거만큼이나 시의회 재편이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장악 '한계' =여소야대 서울시의회가 여대야소로 바뀌면서 집행부인 서울시 주도권이 강화되지만 한계도 있다. 2022년 1월부터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됐다. 기존에 서울시장이 임명했던 시의회사무처장은 이제 시의회 의장이 임명한다. 시의회 4급 이상 직원 인사도 시의회가 담당한다. 기존에는 서울시 인사위원에서 3배수로 인원을 정하고 이 중에서 선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시의회 자체 인사위원회를 꾸려 사람을 뽑는다.
안사권을 두고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은 1급 자리인 시의회 사무처장 인사다. 현 사무처장은 인사권 독립 이후 처음으로 시의회 의장이 임명했다. 시의회가 정한 사무처장 임기는 2023년 12월까지다.
하지만 공무원법에 따라 1급직은 근무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뒤바뀐 의석수를 힘으로 삼아 서울시가 교체에 나설 경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이후 첫번째 벌어진 일이라 관련 판례도 따로 없는 상황이다. 의석수가 뒤집어진 만큼 차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국민의힘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