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해충돌 방지' 규정 외면 … '조명희 논란' 방치

2022-08-03 11:16:10 게재

일정지분 보유 회사 명단 등록, 심사에서 제외

이해충돌방지 세부 내용 규정한 규칙 계류 중

윤리심사위 사전 심사 기능도 일부 가동 어려워

조 의원 "전공 맞춰 국토위로 … 백지신탁해"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의 세부내용을 담은 국회 규칙이 여전히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계류돼 있는 가운데 국토위원인 조명희 의원(국민의힘·비례)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조 의원은 지오씨앤아이, 유앤지아이티라는 위성 등 공간정보기술을 다루는 회사를 경영한 바 있으며 현재도 가족에 의해 운영 중이다. 그는 해당 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임위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지난달 26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본인 가족회사와 사업영역이 겹치는 공기업인 국토정보공사가 민간영역을 침해한다고 지적, 이해충돌 발언으로 지목받았다.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올해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본인과 직계가족의 회사 근무 현황, 주식보유 현황 등에 따라 해당 상임위 등에 배치되기 전에 심사대상에 올라야 하지만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국회 규칙이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으로 제대로 신고 되지 않았고 관련 부분에 대한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사도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이 운신의 폭을 좁히는 국회 규칙안을 의도적으로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국회 국토위 소속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명희 의원 본인이 창업 후 현재는 남편이 대표인 지리정보업체는 이미 본인도 인정한 것처럼 이해충돌이 분명하다"며 "공직자 윤리법에는 백지신탁한 주식이 팔리지 않았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백지신탁 절차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는 모습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답답하다"고 했다.

발언하는 조명희 의원 |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위 소관 업무와 연관돼 있는 기업 소유 = 전날 국토위에서도 장 의원은 "국토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너무나 명백한 상황인데 국토위에 보임해서 일하는 건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이 가지고 있는 이해충돌 가능성 회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조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과학 분야 인재로 국민의힘에 영입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2003년 지리정보시스템 업체인 '지오씨엔아이'를 창업해 경영해 왔고 현재 이 회사의 비상장 주식 50만주 중 98%인 4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07년에는 수치지도제작 등 측량업을 주로 하는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유앤지아이티'를 만들었으며 지분의 90%인 9만주를 갖고 있다. 조 의원이 갖고 있는 비상장 주식의 가액만 46억45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회사의 대표는 배우자인 정 모씨가 맡고 있으며 주요 업무인 국토지리정보는 국토위 소관업무다. 신용평가회사 NICE에서는 한국국토정보공사를 산업내 경쟁상대로 분석했다.

조 의원은 대정부질문과 상임위에서 사실상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업무를 문제 삼아 이해충돌 논란을 더 키웠다. 그는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향해 "민간 영역을 침범하는 국토정보공사(LX)가 공간정보 중소기업을 다 죽이고 있다. 사장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달 1일 국토위에서는 "(국토부 산하에서) 유일하게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공기업이 LX라는 거, 맞냐"며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에게 따지기도 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SNS에서 이런 표현을 봤다. 지금 대정부질문을 하는 거냐, 대정부 영업을 하는 거냐. 권한을 특정업계나 특정업체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의심을 받는 그 순간에 국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제 전공을 찾아서 국토위에 왔고, 전 생계형 기업인도 아니다"며 "이번에 국회 제도에 맞게 (보유 주식도) 백지신탁을 했다"고 했다. 또 "공간정보사업협회가 LX에서 너무나 많은 불이익과 피해를 입어 그 부분을 대변한 것이고, 제 사익은 절대 없다"며 "제 개인적 인격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회 규칙에 = 국회법에 규정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국회 규칙 계류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어 '조명희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에 넘겨져 있는 국회 규칙안에는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주요 내용과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국회법 32조2(사적 이해관계의 등록)에서는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비율 또는 금액 이상의 주식·지분 또는 자본금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의 명단'을 등록하도록 했고 '비율과 금액'을 국회 규칙에서 따로 정하도록 했다. 또 (사적 이해관계) 등록·변경등록, 공개, 소명자료 제출의 절차·방법·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 역시 국회규칙으로 위임해 놨다.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들의 등록 내용을 심사한 결과에 따른 의견 제출의 절차나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도 국회 규칙에서 규정하도록 넘겼다. 이 규칙이 통과됐다면 등록과 심사가 상임위 배정 이전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등록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서 "국회법에 따르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국회법 제32조의2에 따른 등록사항을 바탕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하여 그 의견을 의장,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에게 제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가정하여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이 있어 계류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소영 의원은 "국회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데 국회의원이 사익을 위해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하고 불행한 일"이라며 "소유한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국토위를 지원해 배정받은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해충돌 관련 국회 규칙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안건으로 넘겨졌다. 정개특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수로 구성된 데다 회의 개의조차 여야 합의가 필요해 사실상 '식물특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해충돌 국회 규칙 역시 계류 상태로 오랜 시간 이어가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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