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심사 강화·손보사 고발에 한의사 반발

2022-08-04 11:10:12 게재

심평원 지침 신설, 손보사 '허위청구' 진정 … 한의사회 "기본권 침해, 진료 위축" 항의

최근 당국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 심사를 강화하고 일부 손해보험사가 '허위 청구'를 이유로 한의원을 고발까지 하자 한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4일 한의사회와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보험료 청구의 적정성을 놓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한의원·한방병원간 마찰을 빚고 있다.

안덕근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2일 "(심평원이) 이전에는 교통사고 발생 후 일주일 안에만 입원하면 입원비를 인정해 주다가 5월부터는 인정 기간이 짧아져 3일 이내에 입원이 안 되면 치료비 인정을 못 받고 있다"며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갑자기 기준이 강화돼 환자들이 아파서 입원하고 싶다는데 왜 안 되는지 한의사 회원들의 항의가 엄청나다"고 밝혔다.

안 이사는 "이에 항의하는 공문을 7월 말 심평원에 보냈지만 심사는 심사위원의 재량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들었다"며 "입원 적정성 문제가 지금은 입원실 한의원·한방병원에만 해당하지만 향후 한의의료 행위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어 회원들과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4월 18일 '자동차보험 입원료 및 상급병실 심사지침 신설' 보도자료를 내고 "경미한 손상 환자의 불필요한 입원 방지 및 입원환자 관리의 질 향상을 위해 교통사고 환자에게 적용하는 입원료 및 상급병실료에 대한 자동차보험 심사지침을 신설했다"며 "입원료 인정기준에 '의료인 관찰과 처치' 명시와 상급병실 인정기준에 '입원에 대한 부득이한 상황' 구체적 제시 등의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5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해보험사의 한방 진료에 대한 진정과 고발 등도 계속되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사고 치료가 끝난 환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치료 당시 진료 사항을 물어보고 녹취까지 한 뒤 '허위청구·심사기준 위반'을 이유로 수사 기관에 진정·고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해당 한의원·한방병원은 140여곳에 이르고 관련 한의사들은 온라인에 밴드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3일에는 서울시한의사회와 강원도한의사회가 원주시 심평원 앞에서 단체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의사들은 "최근 심평원에서 교통사고 피해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근거 없이 자행하는 무차별적인 자동차보험 조정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의 완전배상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방 진료비 매년 상승, 기관 수 한방 더 많아 =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놓고 기관·단체가 대립을 하는 것은 한방 진료비가 매년 상승하는 데 기인한다.

지난 6월 심평원이 발표한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방 분야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017년 5545억원 2018년 7139억원 2019년 9569억원 2020년 1조1238억원 2021년 1조3066억원으로 5년간 235.6% 증가했다. 반면 의과 분야 진료비는 2017년 1조2084억원에서 2021년 1조787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수는 2021년 현재 한방병원 453개소 한의원 1만1918개소 상급(종합)병원/병원 1413개소 의원 5914개소 치과병원 59개소 치과의원 332개소로 의과에 비해 한방이 더 많다.

심평원과 손보업계는 진료비 증가가 의원급 의료기관 중 한의원이 자동차보험 상급병실로 청구하는 수와 진료비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하거나 고액의 치료비를 발생시키고 있지 않은지, 적정 진료에 따른 청구인지 점검해 자동차보험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의사협회는 일부 상급병실 청구의 잘못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의원 치료 만족도가 높아 한방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견해다.

서울시한의사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한의진료에 대한 피해자들의 기본권 및 치료권이 심각하게 제한됨에 따라 의료기관 진료를 위축시키는 행위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과도한 심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심사지침을 만들 때 전문가 자문을 받고, 학회나 협회의 의견도 들어 최종적으로 지침이 공고된다"며 "사후 평가에서도 민원 등을 통해 이의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한의원 쪽의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화재측은 "의료기관의 허위청구, 의료법 위반, 상급병실 심사기준 위반 등의 사례가 인지되는 경우 진정서 형태로 조사시관에 의뢰하고 혐의가 있는 경우 처벌을 구하는 것은 보험회사의 일상적인 업무"라며 "국내 한방 병·의원 수가 대략 1만5000여 곳으로 실제 진정서가 접수된 의료기관은 일부이고 일상 활동 외에 적극적인 진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이어 "다만 최근 보험사기 이슈가 있어 관계 당국과 타사에서도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철 김규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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