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계속되는데 보건의료재단 없앤다?
서울시 산하기관 통폐합 진통 계속
기관 필요성, 기준 공정성 검토 필요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산하기관 9곳에 대해 경영 효율화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서울시는 이미 통폐합 대상 산하기관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기술연구원, 50+재단 3곳이다.
통폐합을 추진하며 시가 내건 명분은 기능 중복과 예산 낭비다. 통폐합 대상은 3곳에 그치지 않는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1~2곳을 더 손 댈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만들어진 산하기관 10곳 중 4~5곳이 사라지거나 기능이 유사한 다른 기관에 흡수된다.
◆최대 5곳, 사라지거나 흡수 = 기관들은 대시민 서비스 차원에서 존속이 필요하고 통폐합 기준도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경우 시의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 지원한다. 기존에는 지원단 형태로 시의 정책과 업무를 보조했지만 늘어나는 감염병 사태, 시민 안전 분야에서 보건의료가 차지하는 비중 확대와 이에 따른 전문성 강화 요구에 따라 2017년 설립됐다.
재단 설립의 가장 큰 동력은 메르스 사태였다. 사회적 재난인 감염병 대유행 앞에 메뉴얼은 없고, 방역정책을 책임질 정부와 지자체는 대응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잦은 혼선과 피해 확산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기관 안팎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보건정책의 후퇴다. 서울시는 공공보건의료재단을 축소해 서울의료원과 합치려 한다. 시의회와 전문가들은 보건과 의료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고 말한다. 보건이라는 큰 틀에서 의료와 기타 분야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재단을 의료원과 통폐합하는 것은 보건 분야 컨트롤타워와 정책 수립·조정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됐듯이 감염병 유행은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닌 주기적·일상적 상황이 됐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오히려 보건의료 기능을 강화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도 보건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재단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오 시장의 통폐합 방향과 충돌하는 대목이다.
◆정치논리 배제해야 =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경영평가 결과를 토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지만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조직 정착 이전인 2018년, 2019년을 제외하면 가나다라 4등급 가운데 상위등급인 '나' 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구조조정 기준에 정치논리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가 우선 통폐합 대상으로 삼은 공공보건의료재단, 50+ 재단과 합칠 것으로 알려진 평생교육진흥원은 기관 대표가 박 전 시장 시절 임명된 사람들이다.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복지재단과 사회서비스원은 타 시도에서도 통합을 해나가는 추세인데 유독 서울시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며 "경영효율화, 예산 절감이 목적이라면 충분히 거론될 수 있는 기관들인데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곳들은 오 시장 측근 인사들이 사장으로 가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은 현재 26개다. 종사 직원수는 총 2만9149명, 이들 기관에 대한 시 예산 지원 규모는 한해 6310억원에 달한다.
전임 시장 재임 기간 10년 동안 9개가 늘어났고 직원수도 2만253명에서 2만9149명으로 약 9000명 증가했다. 규모 확대에 따라 시 재정 부담도 커졌다. 시가 산하 출연기관에 지원한 예산은 2012년 1756억원에서 지난해 6310억원으로 3.6배나 증가했다. 시 산하기관은 투자기관과 출연기관으로 나뉜다. 출연기관은 투자기관과 달리 시로부터 받는 출연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늘어난 10곳 중 8개가 출연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