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회

독자들과 기쁨·슬픔 나누는 언론의 공감 기능 살리길

2022-09-27 11:24:27 게재

정치·경제 외에도 대중적 관심 이슈는 한 번씩 짚어야

경제지표 관련한 심층해설 부족 … 정당정치의 위기 다룬 기사 주목

내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9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독자위원들은 최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각종 경제 지표 기사를 쓸 때 심층적인 해설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이 정치경제 전문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중(독자)들과 공감을 위해 다른 분야의 큰 이슈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짚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당정치의 위기, 번져가고 있는 마약 위험성 등에 대한 기획기사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잘 짚어냈다는 평가와 더불어 추가적인 대안 등을 모색하는 심층 보도를 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내일신문 9월 독자권익위원회 회의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세용 = 스트레이트 기사와 맞물리는 해설기사가 적절히 있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9월 1일자 1면 '8월 무역적자 66년 만에 최대' 기사에 대한 해설이 12면에 실렸는데 전반적인 한국경제 영향보다는 반도체값 하락이 무역수지를 키웠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최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심층적인 해설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8월 31일자에는 한국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패소와 관련해 1면, 10면, 19면에 기사를 실었다. 우리나라에 국가적 손실을 끼친 사건인데 10면, 19면 해설에 그에 대해 책임이 있는 당시 정부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다뤘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1면 톱으로 쓴다면 뒷받침하는 해설성 기사를 각 면에 크게 다룰 수 있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문학 = 14일자 1면에 미국 물가 충격을 톱기사로 썼는데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릴 테고 그러면 달러가 더 강세가 될 것이다. 관련한 해설 기사는 없었지만 같은 날 시론에서 외환관리 관련 분석을 했더라. 이제 우리가 다뤄야 할 주제는 미국의 인플레 수출이 도대체 언제 끝날까 하는 부분이다. 결국엔 강달러로 인해 수출이 안 돼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해져야만 끝나게 될 것이다. '미국 무역적자 언제쯤 부메랑 오나' 정도의 느낌으로 후속기사로 쓰면 어떨까 제안한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 관련해 반도체나 배터리 관련해선 많이 다뤄졌지만 바이오 산업 관련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이런 업체들이 위탁생산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목을 붙여 본다면 '바이든 원맨쇼에 한국 몫은 있나 없나' 이런 식이 가능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초반에 3조달러를 풀었으니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강달러 만들어서 인플레를 수출하고 있지 않나. 인플레 감축법으로 모든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상황인데, 한국 몫을 찾으려면 통상외교를 굉장히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출입기자가 한 번 체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럽의 위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럽발 공급 충격이 오면 원자재 가격 문제가 추가로 가중될 수 있다. 물가압력이 더 세질 것으로 봐야 한다.

아쉬운 점 하나 이야기한다면 언론이 사실 공감의 기능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독자들과)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다. 아무리 정치경제 전문지라 하더라도 유흥식 추기경 탄생이라든지,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 등 큰 뉴스에 대해선 재미있는 한 꼭지 정도를 쓰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세용 = 신문에서는 역시 제목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 힌남노 관련해서 '가슴 쓸어내린 한반도' 제목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린 측면도 있지만 포항에선 엄청난 재난이 벌어지지 않았나. 포항제철이 스톱되고 인명 피해도 있었고 했기 때문에 제목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크다는 점에서 보다 더 세심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성진 = 최근 우리나라 정당들을 보면 과거의 정당정치가 무너지는 위기에 와 있다. 8월 24일자 '국회 상임위 곳곳 파행·대치·막말 … 협치가 사라졌다', 9월 1일자 '대의기구 불신, 주요 정책·정당업무 결정 당원이 직접 나선다', 9월 8일자 '추석민심은 정치 혐오', 9월 6일자 시론 '정당해체 전조인가, 대전환의 시작인가' 등의 기사를 보면 내일신문도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를 하는 것 같다. 이참에 내일신문이 단순 보도를 넘어서서 분석기사와 해설을 통해 정치개혁을 끌어낼 수 있는 보도를 해줬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사회 양당제 구조로는 한계가 왔다고 생각. 그런 논의를 해주셨으면 하는 제안을 좀 해본다.

8월 24일자 '수소경제 도래 이번엔 진짜인가' 외신을 정리한 기사이지만 우리가 수소경제에 대해 갖고 있던 허상이 잘 정리돼 있었다. 현재는 수소를 이용하게 되면 오히려 탄소배출이 더 많다는 문제가 있는데 수소경제의 정확한 포인트를 짚었다. 이 기사 하나로 끝내지 말고 좀 더 심층보도를 해줬으면 한다.

삼성전자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RE100에 가입하는 회사들이 올해 들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한 큰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전반적인 흐름을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매주 환경기획기사가 한 면을 털어 나오는데 이번에 눈에 띄었던 것은 낙동강 녹조 기사, 쓰레기 줄이기 관련 기사였다. 매주 한면씩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내부적으로 독려를 해달라.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의 최대 규모 원전이다. 여기서 사고가 나면 체르노빌 때의 열 배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이 여파는 수만 년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일신문이 관심있게 보도해 줬으면 한다.

이현숙 = 명절이 가까워 오면 기혼여성들 중에 집안일 등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된 기사 2개가 눈에 띄었다. 9월 1일자 '2022 추석 명절음식 포장·배달'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라고 본다. 그런데 정보가 소개된 7개 업체 중에 제주 1곳 빼고 모두 서울이라 지역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 것 같다. 가능하면 다른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제공하면 더 유용했을 듯하다.

9월 5일자 '조선 양반가, 친·외·처가 구분 없이 간소한 차례' 는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조선 후기에 가부장적인 차례 문화가 강화됐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화된 차례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갈등을 야기하는 현실에서 지금보다 합리적인 차례 문화를 알릴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들의 합의로 보다 평등하고 합리적인 명절문화를 만드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으니 이런 변화를 취재해서 다뤄도 좋을 것 같다.

9월 5일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한 '소리 없이 다가온 마약'시리즈는 사회 곳곳에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는 마약의 폐해와 해결책을 찾는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범죄수법도 발전하고 불법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 마약 유통이 쉬워진 반면, 추적이 어려워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오염국을 전락한 지 오래다. 청소년들에게까지 마수를 뻗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접근도 좋았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사기법의 개발, 훈련된 전담 수사요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이런 범죄에 대응하는 전담수사기구의 필요성 등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기사도 기획하면 좋겠다. 특히 청소년을 범죄의 피해자로 이용하거나, 범죄에 가담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점에서 청소년 안전 문제도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아동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을 위해 기업과 시민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

이해성 = 9월 1일자 신문로의 '단백질 접힘 문제와 인공지능의 역할'은 과학과 기술의 여러 분야로 응용이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현황을 재미있게 알려줬다.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아미노산들이 연결되어 구성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에 사용되던 방법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 마법의 방망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언급할 때는 항상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덧붙여서 비전공자들이 과대하게 할 수 있는 오해를 줄여주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요즘의 인공지능은 수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 마디로 '비선형적 보간법'이라 할 만하다. 근본적인 물리학적 법칙에 근거해서 계산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샘플들을 보고 가장 그럴듯한 예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최근에 너무 성공적이어서 마치 항상 정답을 내는 진리의 마법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1 다음에 3이 오고 그 다음이 비어 있고 그 다음에 7이 온다면, 비어 있는 공간에 5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것같은 숫자 패턴에 불과하다.

물론 짧은 시간에 비용도 거의 들이지 않고 90%의 정확도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실용적이다. 그러나 이 예측 모델이 진짜로 올바른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험에 의한 증명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같이 언급해서 비전공자들의 오해도 같이 살펴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9월 6일자 칼럼 '과학책 읽기와 엘도파 효과'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처럼 교양과학과 관련된 칼럼들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한다.

9월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정세용(전 내일신문 주필)
위 원
이해성(내일이비즈 부사장·서면제출)
이현숙(탁틴내일 상임대표·서면제출)
임성진(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문학(한국생애설계협회 홍보이사)
문찬석(법률사무소 선능 대표변호사·불참)

내부 참가자
이선우 편집국장
김기수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