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여야, 경제정책 경기부양으로 방향전환
추경호 "10월쯤 물가 정점" … 당분간 물가안정·민생 집중
미국과 '스와프' 등 물밑협의 … 한은 총재와 매일 상황 공유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현지시간) 제5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동행 기자단 오찬을 갖고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경제정책은 물가를 낮추는 데 가장 방점을 찍고 있다"며 "10월쯤 물가 상승세가 꺾이게 된다면 이후에는 경기회복 문제에 점차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죽이려는(낮추려는) 건 현재 경기가 과열돼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경기도 뜨거워지고 물가도 안정시키는 이런 해법은 경제학에 없다. 적어도 지금은 물가 안정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10월쯤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 때문에 "지금은 물가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추 부총리 발언은 10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게 되면 이후부터 경제정책 무게 추를 경기 부양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지금 국내 경기 상황과 관련해 여러 준비도 하고 필요한 조처도 하고 있지만 우리 힘으로만 판을 역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미국 등 선진국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건 좋은데 시장이 이렇게 불안정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내놓고 관리를 해줘야 진정한 리더"라며 "지금 미국이 너무 자국 문제만 집중한 상황이라 (세계 경제가)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것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럴 때일수록 미국을 중심으로 EU,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먼저 나서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과 입장 차이 없다 = 그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정책 스탠스(입장)는 차이가 없다"며 "물가 안정이 민생 안정의 제일 첫걸음이고, 물가 안정 없는 민생 안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과 함께 경기 둔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정책을 어느 속도로, 어느 강도로 할지는 모든 국가의 고민이지만, 지금 현재 타이밍은 그런 흐름 속에서도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통화위원회도 그런 점에서 고민이 있을 거란 취지이고, 금리(인상 폭)를 줄여야 한다는 뉘앙스로 발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 부총리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국은행에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자제를 요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도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이 총재와는 거의 매일 소통하고 대화하고 있다"면서 "이 총재와 저는 (경제·통화정책과 관련해) 한치의 오차 없이 상황을 공유하고있다"고 했다.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장치 가동 = 한미통화스와프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물밑협의를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추 부총리는 "시장 안정과 관련해 미국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하고 있고,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 장치를 가동한다는 정신을 확고히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보다 더 다양한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느 타이밍에 어떤 장치가 가동될 거냐는 시장 상황을 좀 봐야 한다"며 "지금 환율 급등은 우리나라만 이탈한 현상이 아니므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처방을 찾다 보면 실효성 없는 대책에 우리끼리 허우적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장마가 오는데 장마를 안 오게 할 방법은 없다"며 "다만 취약한 곳에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국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