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역대 최대 압사사고

2022-10-31 11:19:56 게재

대형 사고 속출에도 반복 … 해외서도 축제·종교 관련사고 잇달아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다. 사상자 규모도 최대 수준이다.

31일 경찰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내 대형 압사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일어난 '시민위안잔치'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깔려 숨졌다.

두번째로 사망자가 많았던 사고는 1960년 1월 26일 발생했다. 설을 이틀 앞두고 서울역에서 목포행 야간 열차를 타려던 귀성객이 계단에서 한꺼번에 넘어져 31명이 숨졌다.

1965년 10월 5일 제46회 전국체육대회 관람을 위해 광주광역시 광천동 종합경기장에 입장하려던 관중이 경기장 정문 앞에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13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이날 종합경기장은 오전 6시부터 문을 열기로 예정됐는데 이른 새벽부터 관중이 몰려들자 주최 측이 오전 2시쯤 문을 열기 시작, 오전 5시쯤 문을 닫아버렸다. 오전 6시에 문을 열 줄 알고 뒤늦게 몰려온 10만여명 관중은 경기장 주변을 가득 메웠고, 이 중 3만여명이 굳게 잠긴 정문을 부수고 들어가려다 사고가 났다.

1992년 2월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뉴키즈 온더 블록'의 내한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오면서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에서는 상주시민운동장에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이 출입구를 여는 순간 한꺼번에 입장하면서 1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당했다. 총 4개 출입구 중 직3문 출입구가 예정보다 일찍 열렸고, 사람들이 동시에 입장하면서 앞쪽에 있던 이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유명 연예인 출연으로 관객이 몰릴 것이 예상됐으나 입장 시간을 분배하는 등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게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당시 사고는 노약자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2009년 2월 경남 창녕에서는 화왕산 억새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쪽으로 불길이 번지자 이를 피해 도망가던 시민들이 절벽에서 추락해 7명이 사망했다. 또 불을 피하던 81명이 다쳤다. 2014년 10월에는 경기 성남 판교 야외공연장의 환풍구가 붕괴해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약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해외에서도 축제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30일(현지시각)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모비 지역의 한 오래된 케이블 다리에 축제 관광객 인파 등이 몰리면서 다리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 있던 인파가 아래 마추강에 빠지면서 81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30일 이스라엘에서는 수만명이 운집한 유대교 축제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44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이날 유대교 전통 축제인 '라그바오메르'를 즐기기 위해 당국이 허용한 1만명의 최소 3배인 3만명 가량이 모였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에 근접한 이스라엘 당국이 통제 해제 후 처음으로 허가한 종교 집회였다. 경찰은 축제 참가자 일부가 이동하던 중 계단에서 수십 명이 차례로 넘어지면서 압사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봤다.

2010년 11월 2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물 축제의 보트 경기를 보려고 몰려든 수천명이 경기 직후 좁은 다리 위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소 350명이 숨졌다.

종교 관련 사고도 꾸준히 발생한다. 1990년 7월 이슬람 최대 종교 행사인 성지 순례(하지)를 위해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은 순례자들이 임시 야영장이 있는 미나시와 메카를 잇는 보행 터널에 한 번에 몰려들면서 질식·압사해 최소 1426명이 숨졌다. 25년 뒤인 2015년 9월 사우디 하지 순례 당시에도 비슷한 사고가 재현됐다. 사우디 당국은 사망자를 717명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사망자를 최소 2411명으로 추정됐다.

공연·스포츠 관련 사고도 잇달았다. 지난 1일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홈팀이 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를 막으려던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장내가 일순 아수라장이 되면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출구로 몰리면서 뒤엉키는 바람에 132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인파에 깔렸던 이들 중 수십명이 여전히 중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독일 뒤스부르크 터널 공연장에서는 2010년 7월 퍼레이드 현장에서 몰린 수만 명의 사람이 좁은 입구로 몰리면서 발생한 연쇄 압사로 19명이 사망하고 34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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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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