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134명 유족에 인도
검찰, 각 지검서 신속한 검시
일부 유족들 개별적 장례 진행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4명 중 현재 유족에 인도된 시신은 13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관할 검찰청 소속 검사들이 신속하게 검시 절차를 진행하는 등 최대한 유족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희생자 사망원인 및 신원 파악과 유족 연락, 유족의 희생자 확인 등 절차가 필요해 시신 인도가 조금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유족들은 시신 인도가 늦어지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시신을 인도 받은 유족들은 지자체의 합동 장례식장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장례 절차를 치르고 있다.
대검찰청은 31일 오전 8시 30분 기준 서울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사망자 154명 전원 검시를 완료한 가운데 134명을 유족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시를 마친 나머지 희생자 20명도 신원 및 유족 확인 중이거나 유족의 의사에 따라 이송 중인 경우 등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즉시 인도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상 변사자의 검시는 소재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가 하게 돼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경찰 단계에서 검시가 진행된다. 검시 결과 타살 혐의점 등이 발견되지 않으면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된다.
이날 대검은 신속한 참사 수습과 유족 지원을 위해 관할 검찰청 검사가 직접 검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검시 기록이 오가는 시간을 줄이고 유족에게 신속하게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서다.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이 관할하는 서울 용산에서 발생했지만, 영안실이 부족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대 병원과 장례식장으로 희생자들이 이송됐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사고 원인 및 경위의 명확한 규명, 검시 및 유족 인도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치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법률 지원, 외국인 사상자 신원확인 및 유족 입국 지원 등 사상자와 유족 지원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유족에게 시신이 인도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가 있어서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비상대기 중인 검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검시 후 구두 지휘로 최대한 신속히 검시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희생자의 사망 원인 파악과 신원 확인, 유족 연락, 유족의 희생자 확인 등 필요한 절차가 있어서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신 인도를 기다리다 지친 일부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14구의 시신을 안치하고 있는 경기 고양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김 모씨의 어머니 A씨는 30일 저녁 기자들 앞에서 유족들을 대표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일대일 공무원을 매칭시켜주겠다고 했는데 유족들이 모인 대기실에 모포 한장, 눈물 닦을 휴지 한장 없다. 유족들에 관한 건 뭐든 제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미흡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조치가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례식장에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어젯밤에도 경찰 측에서 연락이 없어 우리가 먼저 실종자 센터에 전화했다. 여기로 이동하는 도중에야 담당 경찰한테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씨는 검안서를 기다리느라 5시간이 넘도록 아들의 시신을 이송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가 안 났는데 이젠 조금씩 화가 난다. 검안서에 관해 물어보면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되물었다.
대부분 신원이 확인된 고인의 유족들은 한남동 주민센터 실종자 가족 대기실과 집에서 공무원이나 경찰로부터 사망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유족은 실종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신 전화를 받은 경찰관이 사망 사실을 알려줬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31일 오전 10시 현재, 사망자 154명 중 153명의 신원이 확인된 상태고, 경찰은 모두 유족에게 사망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대부분이 신분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문감식 등의 절차를 거쳤다. 다만 10대의 경우 지문 정보 등이 없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신원확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인도 받은 일부 유족들은 빠르면 1일 발인을 하는 등 장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 배우 이지한씨와 2018년부터 KIA타이거즈 소속으로 활동한 치어리더 김유나씨가 이태원 참사로 사망했다. 각각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씨의 발인은 11월 1일 오후 1시 30분, 김씨의 발인은 같은 날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