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당국 대비부족으로 대참사"
"세월호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
"당국 책임에 대한 의문 제기돼"
150명 이상 사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핼러윈 대참사에 대해 해외 주요언론은 일제히 긴급과 톱뉴스로 축제장이 일순간 참사현장으로 뒤바뀐 비극을 타전하고 있다.
미국 CNN·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가디언 등은 이번 참사를 홈페이지 상단에 라이브(live)면으로 띄우고 관련 기사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소식 자체부터 한국 구조당국 발표, 사고 전후의 현장 분위기, 전문가 진단 등을 전하는 기사를 잇따라 타전하면서 이번 참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AP·로이터 통신은 물론 ABC와 CBS, NBC 등 미국 3대 공중파 방송도 주말 동안 일제히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간)과 30일 "서울의 핼러윈 군중이 급증한 바람에 1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면서 "그야말로 끔찍한 참사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태원 참사는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사망자 중에는 미국인 2명을 포함해 10여개국 출신 20여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충격에 휩싸인 시민들은 휴일 축제의 밤이 어떻게 한국의 평상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사고로 변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태원 참사현장인 가파른 경사와 좁은 골목길에는 잔해더미가 널브러져 토요일 저녁의 참극을 상기시키고 있으며 주변 업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핼러윈 관련 콘서트와 불꽃놀이 등 이벤트들은 전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참사 이틀 전인 27일 경찰이 핼러윈 경비를 위해 이태원에 200명의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밝힌 보도자료를 거론, 이번 참사가 안전 불감증 및 대비 부족으로 인해 촉발된 '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국내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팬데믹 규제가 3년 만에 완전히 풀려 핼러윈 군중이 전년보다 2배 이상 한꺼번에 몰린 데다 참사현장이 경사진 좁은 골목길이었음에도 통제하는 당국이 없었고 경찰력도 매우 부족해 대참사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포함한 당국자들이 일요일에 수차례 브리핑을 열어 한국을 안전하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하면서도 "군중 통제가 소홀했던 이유와 이태원 좁든 골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한국이 이런 재난이 반복되는지는 거의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사고 현장에서 만난 인도인 누힌 아흐메드(32)가 "작년에는 인파가 (이번보다) 적기는 했지만 경찰 여러 명이 (사고가 난) 골목 입구를 통제하고 자정 무렵 폐쇄했다"면서 "그 경찰들이 이번에도 거기에 있었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비극으로 군중을 관리해야 할 당국의 책임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기술,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면서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시위 참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고민을 더 키웠다"고 꼬집었다.
서울에서는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확인을 거의 끝냈으나 10대와 외국인 확인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며 실종가족센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으려는 인파들도 크게 붐비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행사에 참가인원 제한이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안전기준과 군중 통제 조처가 취해졌는지 등으로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CCTV와 관영 신화통신, 글로벌타임스 중국 주요매체들은 사고 소식을 긴급 기사로 전하며 "세월호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인명피해가 가장 큰 사고"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고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전했고, RT는 "서울에서 벌어진 압사사고로 외국인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