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보고체계도 지휘체계도 구멍
대통령 두차례 지시, 경찰청장 '깜깜'
행안부가 누락? 경찰청 자체 묵살?
'이태원 참사'를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조치 지시를 내렸지만 경찰 지휘체계가 상당시간 정상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로 올라오는 보고체계뿐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지휘체계도 부실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윤 대통령은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사고 당일인 29일 밤 11시 1분에 첫 보고를 받고 긴급 대응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소방청의 사고 내용과 현장 사진, 영상을 수차례 보고 받고 11시 21분 첫 종합 지시를 내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긴급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면서 "경찰청, 지자체 등에서는 전국 일원에서 치뤄지고 있는 핼러윈 행사가 질서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사장에 대한 안전점검 및 안전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시를 받은 소방청은 30여 분 뒤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구급 차량에 '국가 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소방과 더불어 양대 안전관리 기관인 경찰청 지휘부에는 대통령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태를 처음 '인지'한 게 다음날 0시 14분이었다. 대통령 지시가 있은 지 53분 뒤다. 설사 경찰 내부 보고가 늦어졌다하더라도 대통령 지시도 몰랐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현행 정부지침 상 대통령의 업무 지시는 모든 관계 기관장이 우선 열람하도록 돼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일과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는 당연히 관련 기관에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행안부를 통해서도 관련 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두가지다. 행안부가 대통령 지시를 경찰에 전달하지 않았거나 경찰 내부에서 지휘부에 보고되지 않았거나다.
내일신문은 경찰청에 대통령 지시 전달유무, 전달 받은 주체와 시간 그리고 청장 보고 시기를 물었다. 경찰청은 "감찰과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또 행안부도 대통령 지시를 경찰에 전달했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소방청 등을 통한 구호조치에만 대응하고 경찰청에 대통령 지시를 전달 안했을 수도 있다"며 '행안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앞서 행안부는 "행안부 산하인 소방청과 달리 112신고 등 경찰 상황은 얘기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며 업무가 분리돼 있다고 했다.
송창영 광주대 교수는 "어떤 외부 눈치도 보지 않는 독립된 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사고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