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노동자 고용·복지
"계속 일하기 원한다" 노인 10년새 12% 늘어
10명 중 7명 생계위해 일한다 … '근기법 미적용 민간부문 일자리' 대 '보람·돌봄 충족 공공부문 일자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0ECD) 국가 평균의 3배다. 60세 이상 인구 중 40%가 일하며, 그 가운데 74%는 생계형이다.
65세 이상 고령노동자가 취업하면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 단시간노동, 산재·병·휴가 등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차별도 심각하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늘지 않고 그나마 노인공공일자리마저 줄었다.
고령노동자들은 일하기를 원한다. 불안정한 사회보장제도가 노인들의 삶을 보장하기 않기 때문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새로운 정보를 배우기 어려워 지식과 기술이 구식이다. 작업장에서 더 많은 사고를 당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고령노동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들이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의료 발달과 수명 향상으로 대다수의 노동자가 65세까지, 그 이상까지 일하는데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며 "작업장의 건강 및 안전을 이유로 고령 노동자가 계속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에서 공공운수노조와 노년알바노조(주), 이음나눔유니온(준) 주최로 '고령노동자 고용·복지정책과 조직과 워크숍'이 열렸다.
◆60대 경제활동인구 비중 9.6%p 늘어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0대와 60대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는 각각 659만2000명과 561만8000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3%와 19.8%였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50대가 가장 많았다. 60대 이상은 19.8%로 40대(22.8%) 다음으로 많았다.
15년 전인 2006년 경제활동인구와 비교하면 50대는 277만명, 구성비로는 7.4%p 증가했고 60대 이상은 315만9000명, 구성비로는 9.6%p 늘었다.
2021년 기준 50대와 60대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각각 77.1%, 44.5%이고, 고용률은 75.1%, 42.9%, 실업률은 2.6%, 3.8%이었다.
2006년과 비교하면 50대와 60대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각각 7.0%p, 6.5%p 증가했고 고용률은 6.5%p, 5.4%p, 실업률 0.5%p, 2.5%p 늘었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우리 사회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50대와 60대 준고령자 및 고령자'[(준)고령자]의 규모와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했고, 이들이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상향돼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서 지난 10년간(2013~2022년 각 상반기) (준)고령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을 산업별로 보면 50대는 △금융 및 보험업 △교육서비스업에서 많이 증가했다. 60대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건설업 등에서 많이 늘었다.
직업별로는 50대는 △관리자 △사무 종사자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등이 빨리 늘었다. 60대는 △서비스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등에서 많이 증가했다.
이 부소장은 "50대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에서 과거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있고 60대 이상 일하고자 하는 고령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취약한 일자리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 OECD 평균 2.7배 = 유엔과 통계청 사회통계국은 우리나라가 8년 뒤인 2030년 노령화지수 301.6으로 일본(293.8)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소년 1명과 3명의 노인이 사는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노령화 지수는 유소년(14세 이하) 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가입 국가 중 세계 1위다.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의 14.7%의 2.7배에 달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공적연금액이 낮고 미수급자가 많기 때문이다. 66세 이상 노인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균등화 중위소득은 1809만원으로 18~65세 인구 3240만원의 55.8%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제활동참여률은 36.9%으로 2008년 30% 대비 6.9%p 증가했다. 65~69세의 경우 2008년의 39.9%에서 15.2%p 증가한 55.1%에 달한다. 사회적 정년기준은 60세이나 실질적으로 70세까지 일하고 있다.
일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이 73.9%, 건강 유지 8.3%, 용돈 마련 7.9%, 시간 보내기 3.9% 순이다. 노인 10명 중 7명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노동자도 노동법 보호받아야 = 통계청 발표 '2022년 고령자 통계'(9월)에 따르면 장래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54.7%였다. 2012년 42.6%에서 10년 사이에 12.1%p 증가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9월 공공형(보건복지부 예산) 노인 일자리를 올해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6만1000개(10%)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신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올해 23만7000개에서 내년 27만5000개로 3만8000개 늘리겠다고 했다.
이 부소장은 "(준)고령자의 고용노동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고령노동자 일자리 정책 방향의 양극단에는 '민간부문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기' 대 '보람과 돌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를 공공부문 중심으로 만들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영구 노년알바노조(주) 위원장은 "고령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 등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기초연금 차등지급의 이유로 재산과 소득(국민연금 포함)에 따른 차별과 국가재정 문제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이는 조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정책 정신과 어긋난다"면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차등과 감액 없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4대 연금 개혁방안을 논의하면서 기초연금을 포함 또는 연계하려는 시도에 대해 허 위원장은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뒤 노후에 지급받는 연금과 달리 아동이나 청소년 복지(수업료 급식 등)처럼 노인복지 차원에서 국가재정을 통해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기초연금을 '기초연금법' 제정 이전의 '노령수당'으로 환원하거나 '노인수당'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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