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주체 경찰관들 '일탈'

2023-01-09 12:09:10 게재

일반인은 해마다 감소

오히려 꾸준히 증가세

도덕적 해이 비판 확산

현직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이 잇달아 적발되면서 조직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아직 따가운데도 일탈이 잇따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난 4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서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을 하거나 사고를 내는 사고뿐 아니라 경찰 단속을 무시하고 도주하거나 시민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 음주운전의 단속 주체인 경찰이 오히려 음주운전을 하고, 중징계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반인들의 음주 운전은 줄어들고 있지만, 단속 주체인 경찰관들의 음주 운전 적발 건수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7년간 경찰관 음주운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6년 71건이던 적발 건수는 2017년 87건, 2018년 91건으로 늘었다가 2019년 70건으로 줄었다. 이후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67건, 2021년 77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8월 현재 누적 적발건수는 39건으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일반인들이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음주 운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경기 광주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A 경위를 불구속 입건했다.

A 경위는 6일 밤 10시쯤 경기 광주시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위는 음주운전을 하다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낸 뒤 차를 견인하던 중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 A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A 경위는 현장에서 "술을 마신 뒤 집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가 집에서 1km 떨어진 곳에 주차돼있던 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A 경위를 불러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다.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에 불응, 1㎞가량을 도주하다가 뒤따라온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한 경찰서 소속 B 경감은 5일 오후 9시 40분쯤 익산시 평화동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 경찰관들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도주했다. 경찰관들은 A 경감의 SUV 차량을 1㎞가량 추격하다가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를 적발했다.

A 경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42%였다. A 경감은 적발된 직후에도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동안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을 하며 사고를 낼 뻔한 경찰관이 시민과의 추격전 끝에 붙잡힌 사건도 발생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경기 광주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C 경위를 입건했다.

C 경위는 지난 23일 0시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일대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음주운전을 하던 중 시민 D씨가 몰던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낼 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은 모두 도로변에 정차했는데, 차에서 내린 D씨가 C 경위의 차량으로 다가가 차창 너머로 그의 모습을 보고 음주운전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D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 아니냐"고 묻자 C 경위는 차를 몰고 그대로 도주했다. D씨는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 C 경위의 차량을 뒤쫓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2㎞가량 주행하던 C 경위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정차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검거됐다. 적발 당시 C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12일 부산 연제경찰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아파트 화단을 들이받은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연제경찰서 소속 E경사를 붙잡았다.

E경사는 전날 밤 10시쯤 연제구 연산동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후 아파트 자택까지 운전해 도착한 이후 주차를 시도하다 화단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E경사에 대해 음주 측정 결과 E경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7%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E 경사는 경미한 부상만 입었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보행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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