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의석 차지 후 의회민주주의 급속히 붕괴"
주호영 원내대표 국회 연설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 지킬지 지켜볼 것
주호영 원내대표가 현 국회를 '압도적 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의한 의회민주주의의 붕괴'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14일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 정치권과 국회의 한심한 모습을 들춰내며 의회민주주의 복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회가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고 있다. 국회는 현재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를 6가지로 요약했다. △정치인 법률 위반과 사법처리 △무례하고 거친 언어 △가짜뉴스 △국회 윤리위 기능 상실 △정치의 사법화 △게으름 등이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도 짚었다. 그는 "18대 국회 이래 15년 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 윤리위에 제출됐지만 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윤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징계안은 단 1건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일 때 야당일 때 말이 달라지는 정치권의 내로남불도 길게 지적하며 특히 이 대표의 '내로남불'을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다"면서 "그랬던 이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민주당, 이 대표가 이를 지킬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라면서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 의회민주주의가 급격한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균형감 있는 의석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호소한 셈이다. 그는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며 "위장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 무소속 의원 동원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는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제한토론은 원내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독주에 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 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 우리의 마지막 호소 수단마저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인구위기, 안보위기 등을 거론하며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의회민주주의의 복원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복원하고 사실과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