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교역 약화에 빈 컨테이너 쌓여

2023-02-16 11:04:27 게재

중국 차이신

전세계 주요 화물항에 빈 컨테이너가 쌓이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로 상품 선적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1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컨테이너가용성지수'(CAx)는 0.64로, 11주 연속 0.6을 넘었다.

CAx는 독일 컨테이터플랫폼 기업 '컨테이너 엑스체인지'가 발표하는 것으로, 컨테이너에 대한 수요 초과와 부족 비율을 0과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난다. 1에 가까울수록 남아도는 컨테이너가 많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울수록 가용 컨테이너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중간인 0.5는 항구를 떠나는 컨테이너와 항구에 들어오는 컨테이너가 같다는 의미다.

상하이항의 한 부두운영기업은 차이신에 "상하이항이 빈 컨테이너로 가득차 인근 타이창항으로 옮겨야 할 정도"라며 "지난 수년 동안 이같은 경우는 못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내 격리와 봉쇄가 확산되면서 컨테이너가 주요 항에 쌓이기 시작했다. 전세계 최대 화물집산지인 상하이항의 경우 수개월 동안 물류작업이 지연됐다.

상하이국제해운연구소 (SISI)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쉬카이는 "최근 몇달 동안 상하이와 칭다오를 비롯한 주요 수출허브항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의 CAx 지수는 0.6~0.7이었다. 반면 벨기에 앤트워프, 북미 로스앤젤레스 등의 주요 수입허브항의 경우 해당 지수는 0.8을 넘었다"고 말했다.

한 대형화물 운송업자는 차이신에 "2022년 4분기 이후 상품을 실어 수출하는 컨테이너보다 빈 채로 들어오는 컨테이너가 더 많았다. 때문에 중국 주요 항구에 빈 컨테이너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놀리는 컨테이너는 전체의 약 6%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계 컨테이너의 약 1/6을 다루는 글로벌 해운기업 AP몰러-머스크는 지난주 "2023년 컨테이너 운송 수요가 최대 2.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업은 "일부 놀리는 중형급 컨테이너선을 바다에 띄워 빈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공간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항구 간 컨테이너 이동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의 과도한 공급은 또 다른 이유다. 2021년 원양화물선들의 컨테이너 주문은 기록적 수준이었다. 반면 노후화로 폐기되는 컨테이너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영국 해사 전문 컨설팅기업 '드류리'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컨테이너 숫자는 13% 늘어 50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용량)에 육박했다. 이전 성장률보다 3배 높았다. 드류리는 "전세계적으로 최대 600만TEU 용량의 컨테이너가 초과공급 상태"라고 추산했다.

영국 해양 전문 조사기관 '클락슨'은 컨테이너 운송량은 2023년 2억100만TEU에 달해 전년 대비 3.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류 수요가 둔화되면서 화물운송료도 하락하고 있다. 현물가를 반영하는 상하이 수출화물 운송료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약 80% 하락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20피트 컨테이너 화물운송료는 925달러로, 2022년 고점 대비 88% 하락했다. 상하이에서 미국 서부해안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화물운송료는 1293달러로, 2022년 고점 대비 84% 하락했다. 네덜란드 컨테이너 운임정보 플랫폼 '제네타' 데이터도 비슷했다. 이달 중국 동부에서 미국 서부해안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화물운송료는 1444달러로, 지난해 3월 9682달러에서 급감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 배경엔 상품 수요 감소가 있다. 글로벌 상품 수출입의 90%가 선박에 의존한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 수요가 줄었고 생활비 고통은 커졌다.

한 선임 화물운송업자는 차이신에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화물시장은 새해 음력설 직전 하락했다가 설 이후 45일이 지나면 점차 반등한다. 하지만 올해 회복기간은 최소 60일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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