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부실검증 책임론 '폭탄 돌리기'

경찰 통제하려다 '실세' 한동훈 역풍

2023-02-27 11:16:29 게재

대통령실 "본인이 답변서에 숨겨 알 수 없어"

한동훈 '묵묵부답' … 법무부 "확인 못해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의 학교 폭력 관련 문제로 임명 하루만에 낙마하면서 인사검증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정순신(사진) 변호사가 검사출신으로 한 장관의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란 점에서 '봐주기 검증'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인사 투명성을 높인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했던 인사 검증 기능을 없앤 뒤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권한을 넘겼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는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인사 업무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추천을 받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맡는다. 이후 법무부가 보낸 1차 자료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2차 검증을 한다.

현재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과 이원모 전 검사, 이시원 전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주도하다 보니, 자기 식구에 대해서 검증잣대가 무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했던 2018년 11월 아들 학폭 사건이 익명으로 이미 보도됐기 때문에 사건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학폭 보도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장관은 3차장검사,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평검사로서 정 변호사와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정 변호사가 학폭 문제를 먼저 알리지 않았더라도, 현재 인사 책임자들은 이미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정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아들이 민사고에서 전학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 학교폭력 때문인지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가해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고 보도됐기 때문에 해당 검찰청에선 당연히 누군지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시스템에 대해 함구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의뢰를 하면 1차적 검증을 실시한다"면서도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대통령실 의뢰 등) 인사검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도 인사대상자에 대한 검증여부에 대해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측에서는 "정 변호사가 아들 소송에 대해 검증질문지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이 부분은 걸러지지 못했다"며 경찰 탓을 하기도 했다.

이번 부실검증으로 정부가 경찰을 통제하려다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통제아래 뒀지만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휘말려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한동훈 장관 역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란 막강한 권한을 손에 넣었지만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등은 '눈엣가시'인 한 장관 책임론을 집중거론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인사 검증과 관련 "한동훈 법무장관이 책임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인사검증 사안을 법무부로 가져갔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은 인사독점단이냐"면서 "몰랐다는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와 관련 27일 오전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선일 김형선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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