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분향소·우리공화당 … 서울시 '몸살'
서울광장분향소 23일째, 해결방안 아직
우리공화 "오세훈 물러가라" 연일 시위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분향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우리공화당 시위까지 겹치면서 서울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25일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오세훈 시장의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오 시장 자택 주변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도 외면해선 안된다. 자택 주변 집회는 중지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공화당은 이날 시위를 중단하기 전 9일 동안 오 시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2월 14일 35명으로 출발해 18일에는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오 시장 집앞으로 몰려갔고 한때 주민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우리공화당이 시청 주변을 비방 현수막으로 둘러싸고 자택 앞까지 쳐들어간 이유는 사실 오 시장과 직접 관계가 없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2019년 광화문광장 우리공화당 천막 철거와 관련된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우리공화당은 통장압류 등을 통해 약 2억6000만원의 대집행 비용을 서울시에 납부했다.
우리공화당측은 이 가운데 2차 대집행 비용인 1억1000만원을 문제삼고 있다. 대집행 전 자진 철거했기 때문에 이 돈은 서울시가 돌려줘야 한다는 게 우리공화당측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반환 의무가 없다며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우리공화당이 대대적 시위에 나선 시점은 2심 결과가 나온 이후다. 급기야 이들은 시청 앞에 천막까지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기습적으로 만든 분향소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달여가 돼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시의회에 출석해 "대화를 통한 해결 조짐이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고했던 대로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온정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엄정한 행정을 해달라는 국민의힘 시의원 요구에 답하면서다.
하지만 오 시장 답변 후 유가족측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와 논의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서울시측은 유가족이 소통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이어 "분향소가 시청 바로 밑에 있는데 대화를 하려면 내려와서 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진정성있는 대화를 하려면 그간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게 우선인데 유가족이 불법행위를 하는 것처럼 매도하니 평행선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결합하고 있다. 오 시장 입장에선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 같은 상황이 오 시장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진영의 강성 목소리, 특히 상식을 넘어선 양극단 세력의 공격을 받는 것은 중도성향 시민들 사이에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차피 극렬 보수, 태극기 세력은 오 시장이 아닌 한동훈 등 다른 주자들에 눈길을 주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를 폭력집단에 비유하는 등 강경책으로 지지율 상승 국면을 맞았지만 다툼이 길어지면 결국 국민들은 등을 돌린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진영 대립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오 시장을 양극단 진영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정치인으로 인식하게 되면 중도확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해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갈등봉합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애꿎게 욕 먹는 시장'에서 '돌파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