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전북 전주병) 의원

"윤석열정부, 연금개혁 한다더니 '개악'"

2023-03-08 11:10:05 게재

'국민연금 주주권 자문' 수탁위 구성 변경 비판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균형 깨버렸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자문·주도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구성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2017년 11월부터 2년여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발언하는 김성주 의원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주 의원실 제공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개혁은커녕 개악을 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을 내는 주체인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들이 골고루 위원을 추천해서 기금 운용 거버넌스의 균형을 맞추고 그 속에서 협의하고 타협하는 좋은 전통을 이어왔는데 이걸 전부 깨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일 열린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가입자단체(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가 추천한 인사로 상근 전문위원(3명)과 비상근 전문위원(6명) 등 총 9명을 채워왔던 수책위의 인적 구성을 변경하는 안건을 올려 의결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단체 추천 전문위원 수가 6명으로 줄고 나머지 3명은 민간 전문가로 채워지게 됐다.

■ 정부가 수탁위 위원 구성을 변경해 전문가 단체 추천 민간 전문가를 넣기로 했다.

사실 사용자측, 즉 재계에서 오랫동안 이런 내용을 원하고 요구해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라는 것이 보험료를 내는 주체들이 엄연히 있지 않나.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할 때 이들의 입장이 고루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수책위에 균형을 맞춘 거버넌스(사용자 추천 3:근로자 추천 3:지역가입자 추천 3)를 마련해둔 것이다. 그동안 그 속에서 충분히 협의하고 타협하는 좋은 전통을 이어왔는데 (이번 위원 구성 변경으로) 윤석열정부는 그것을 깨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일각에서 민간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정부나 사용자 입장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금융연구원, 한국ESG학회, 자본시장연구원같은 곳에서 수책위에 참여할 전문가 추천을 받는다고 들었다. 말은 민간 전문가라고 하지만 사실상 사용자 단체와 가까운 성향의 단체들이다 보니 (사용자 단체 추천자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엔 근로자 추천 몫을 줄이고 대신 전문가를 빙자한 사용자 추천 몫을 늘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수책위 구성의 균형이 깨지면 어떤 문제가 있나.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국민연금이 어땠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당시 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게 했고 결국엔 국민의 노후자금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치지 않았나. 그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기금 운용의 철저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생각이었고, 그 임무를 받아 내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간 거였다. 기금운용의 거버넌스에서 가입자 대표성을 강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국민연금이 투자중인 기업을 잘 감시하고 관리해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잘 지키겠다고 한 거다.

그렇게 어렵게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는데 기업들 입장에선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연금이 투자만 해주고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다가 말이 많아졌다고 느꼈을 텐데 사실 외국의 연기금들은 훨씬 강력하게 한다. 우리도 더 강하게 하려고 하다가 워낙 반발이 심해서 단계적으로 하려고 한 건데 이제는 아예 (스튜어드십 코드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 수책위 상근 전문위원으로 검사 출신이 선임된 것도 논란이다.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수책위의 상근 전문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단순히 '한동훈 사단'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의 논문을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잘못됐다고 하고, 박 전 대통령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과 기금본부장 통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게 한 것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닌가. 기금 운용의 외부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균형감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한 것인데 이런 사람을 주주권 행사를 하는 자리에 보냈으니 이제는 (국민연금이) 건건이 대기업들을 봐주고, 정부 말 잘 안 듣는 기업들은 손 보고 하는 식으로 운영되지 않겠나.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옮기라는 윤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던데.

기금운용본부 소재지는 법률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본부 이전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수책위 위원 구성을 변경해 국민연금을 장악하는 데 있었다고 본다.

한석훈 상근 전문위원 건도 그렇고, 수책위 구성 변경도 그렇고 이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해 박 전 대통령이 망했는데 윤 대통령이 또 그런 일을 반복한다면 제2의 국정농단이 되는 거다.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을 이야기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장악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보라. 국민연금에도 검사를 보냈는데 주주총회 시즌에 기업 사외이사에 검사 출신들, 여권 출신들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