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야당 건너뛰고 '국민 설득' 통할까
대통령실 "취지·고뇌 이해됐다는 반응 확인"
윤, 비공개회의서 야당에 불편한 심기 표출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21일 '대국민담화(국무회의 모두발언)'를 놓고 반응이 엇갈린다.2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하면서 불투명성이 해소됐다"며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하니 '대통령의 취지를 이해하게 됐다' '심경과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많이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고 관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이 증가추세"라며 "조만간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 한일 교류 활성화가 체감되기 시작하면 생활현장에서의 분위기 변화가 여론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기류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담화가 있던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해 "김대중 정신을 실천하는 것" "폭탄을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친일적 결단" "외교 대참사" "탄핵사유" 등으로 규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충돌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 담화 후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오늘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윤 대통령은 일본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냐"며 "이게 당당한 외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정권에서 말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일본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의 경거망동한 언행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담화에서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 역시 민주당을 향해서는 '뒤끝'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1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일본 야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방일 도중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한 일을 꺼내며 이같이 말했다는 사실이 회의 참석자들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입헌민주당의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곧 방한해서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부끄러웠다'는 발언은 한일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한국 야당에 대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상대가 담을 허물기만 기다리기보다 내가 '이거 봐' 하면서 먼저 허물면 옆집도 그 진정성을 보고 같이 허물게 되고, 그러면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생중계를 통한 대국민 직접설득은 윤 대통령답다"며 "정치과잉보다 국정 자체에 집중하라는 국민 요구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그러나 야당을 향해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할 수 있는 예민한 언어를 쓴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