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쟁점
참사 부실대응 '중대한 법위반' 여부 핵심
2023-04-04 11:03:47 게재
헌법·국가공무원법·안전관리기본법 위반 쟁점 … 헌재, 심리에 속도 낼 듯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사 소심판정에서 탄핵을 청구한 국회측과 피청구인인 이상민 장관측 법률대리인들을 불러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준비기일은 정식 변론에 들어가기 전 양측 대리인이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기 때문에 이 장관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
양측은 이날 각자의 주장을 재판부에 설명하고 앞으로 변론기일에 나올 증인과 증거를 정할 예정이다.
쟁점은 이상민 장관의 법 위반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이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려면 명백한 법 위반 사례가 있어야 한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이 장관의 탄핵 사유로 재난 예방·대응과 관련한 헌법 위반, 국가공무원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위반 등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의 기존 판례상 탄핵을 위해선 단순히 법 위반이 있었는지에 그치지 않고 '법 위반의 중대성'이 입증돼야 한다.
헌재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같이 직책 수행에서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 심판에서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무 집행상의 과실로 국가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 탄핵 사유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참고할 만한 사례는 '세월호 참사'가 사유에 포함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2017년 헌재는 '최순실 국정개입'과 권한남용을 인정해 탄핵을 선고했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은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조문이 근거였지만, 행안부 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라는 구체적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해석이다.
이에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것을 '법 위반'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가 헌재 판단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에게 재난안전법상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종결했다. 헌재에서도 같은 해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다른 변수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탄핵 소추위원을 맡게 되는데, 여당으로서 강하게 탄핵 필요성을 주장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이 장관에게 탄핵될 정도의 헌법 위반 사유가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수밖에 없다.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지난 2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헌재는 이종석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쟁점과 법리를 검토해 왔다. 변론준비절차를 책임질 수명 재판관은 이종석·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다.
변론준비기일 이후에는 정식 변론기일과 재판관들이 쟁점을 논의하는 평의 절차가 이어진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피청구인의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파면된 사람은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오면 이 장관은 직무에 즉시 복귀한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강행규정이 아니라서 기간을 넘길 수 있다. 지난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에는 8개월이 걸렸다. 중앙부처 장관의 공석이라는 '비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는 지난 2월 8일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내릴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가 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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