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삼성 반도체 감산이 의미하는 것

2023-04-12 12:14:58 게재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계획에 대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반도체가 감산에 들어간 것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전체 매출은 63조원(연결기준)이다.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추락했다. 1년 만에 96%나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때문이다. 반도체에서만 약 4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반도체 감산, 초격차 기술 축소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

삼성 반도체의 감산 결단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반도체 적자의 원인이 업황 부진보다는 기술격차 축소에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반도체가격이 폭락해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 기술력에서 뚜렷한 초격차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해왔다. 이런 관점이라면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2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 성공이다. 그 이후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경쟁업체와 초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그 같은 경쟁력은 지난해도 적중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도 감산없이 시장 점유율은 4.4%(40.7%→45.1%)나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업계 전체가 불황인 위기상황이 기회가 된 셈이다.

만약 감산 배경이 기술격차 축소에 있었다면 심각한 위기다. 반도체는 기술력이 곧 경쟁력 그 자체다.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조원의 선행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선점한 이익으로 선행 투자를 반복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발 빠른 투자, 앞선 생산, 시장 선점 구조다. 그리고 다시 개발과 투자를 반복하는 패턴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의 기술력 초격차의 실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대당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첨단 극자외선노광장비(EUV)의 생산라인 설비다. 하나를 만드는데 5조원 가량 든다. 장비가 곧 기술이다. 총체적 경쟁력의 원천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의 과감하고 신속한 선투자로 가능했다. 혹여 1등에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짚어봐야 한다.

만약 기술력의 초격차를 못지켜 감산을 결정했다면 한국 반도체는 정말 위기다. 대응이 너무 늦었다. 대외적인 여건까지 나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삼성의 감산 결정이 전략적 판단임을 믿고 싶다. 그것을 효과로 증명해야 한다. 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속도감 있게 개선되는 것이다. 나아가 반도체시장의 침체시기를 단축하고 수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반도체가격의 하락추세를 반등으로 되돌릴 수 있으면 최상의 결과다.

삼성은 올 3분기 이후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감산 결정도 그에 맞추어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누적 재고가 도리어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기술적 전략적 감산'이 된다.

기업 역량 넘어선 외풍 대응할 정부 계획 있는지

다음은 생산라인 운영을 최적화하는 수순이다. 그럼으로써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기술력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시험생산(엔지니어링 런)을 늘림으로써 R&D와 감산효과를 한꺼번에 겨냥할 수 있다. 삼성의 결단이 감산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호황기에 만회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했음에도 반도체 실적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증권시장은 감산 소식으로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상승했다. 삼성의 결단이 적중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는 글로벌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살아난다. 이제 주목할 것은 기업의 역량을 넘어선 외풍이다. 정부의 몫이다. 비상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