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까지 1년 | ③ '헤어질 결심' 부추긴 결정적 이 장면
탄핵 역풍·뉴타운 돌풍·코로나 … '옥새' 들고 나르샤
총선 직전 돌발변수에 격전지 결과 뒤집히기도
집권 초 대선 관련 이슈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
'낙하산 공천' 논란 되풀이 … 당 분열 원인 지목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행정권력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력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상대를 심판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심판대에 오를 지는 미지수다. 대통령 임기 중반 총선이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여권의 성적표가 핵심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역대 총선에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심판대에 세웠다. 정치권이 이른바 '못난이 경쟁'이라는 지탄을 받을 때 그 책임의 절반을 야당에 묻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선을 전후로 크고 작은 이슈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매 선거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되풀이된 '공천 파동'은 단기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변수가 되기도 했다.
◆'탄돌이·뉴타운돌이·코돌이' 등장 = 노무현정부 1년 2개월 차에 열린 17대 총선은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지배한 선거다. 신생 여당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확보했다. 총선 전 여당의 분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의결 등 혼란상을 연출했다.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총선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22~25%에 머물렀다. 총선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수도권·충청권에서 압승하면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16대까지 팽팽한 수준이던 수도권에서 여당이 2배 이상의 우위를 점했고, 108명의 여당 초선 의원이 등장했다. 탄핵열풍에 기대 국회에 진출할 것을 빗대 '탄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여야의 전세가 역전됐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수도권을 발판으로 보수정당이 휩쓸었다. 서울 선거구 48곳 중 40곳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는데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 정책의 수혜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문재인정부 2년 11개월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은 민주당의 기록적인 승리로 기록된다. 위성정당 등을 포함해 180석을 확보했는데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효과와 더불어 코로나 시국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끊이지 않는 '설화' 일탈 행동 =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의 일탈행동과 설화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은 최근 새 지도부를 선출한 후 분란에 휩싸여 애를 먹고 있다. 민생119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했다가 빈축을 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스스로 '묵언 징계'를 자처하기도 했다. 총선 시기에도 지도부의 가벼운 입이 문제가 됐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을 이끌던 정동영 의장은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선대위원장을 사퇴하기도 했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는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막말이 지탄을 받기도 했다. 'n번방' 망언, 세월호 유족 관련 발언, 세대 비하 발언 등이 이어지자 당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나서 설화를 일으킨 후보들을 제명하고 경고도 했지만, 선거 판세에 미친 악영향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년 4월 선거도 막말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지지층 지지를 염두에 둔 강성발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태극기·개딸로 대변되는 여야의 강성 지지층에 거리감을 느낀 중도·무당층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 위주의 발언과 주장은 외연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파동 터지면 망한다" =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영향력이 큰 변수가 공천 문제다. 여야의 총선 구도에 부합하는 적합한 인물을 내세우는 전략일 뿐만 아니라 당 주도세력의 정치적 확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계파공천을 위한 낙하산의 파장은 총선 결과와 직접적이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 계파 공천 논란이 불거졌고, 김무성 대표가 대표 직인을 들고 사라지는 '옥새 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당의 자리를 내줬고,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 됐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을 중심으로 계파갈등이 극에 달해 결국 민주당은 분열돼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당 통합과 합당을 거쳤지만 여야 내부의 갈등요소는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친윤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크고, 민주당은 친명·비명계의 대립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특히 국민의힘 안에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 인사의 대거 공천설과 영남권 물갈이론이 파다하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기존 의원들과 신진 인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명계로 분류되는 신인들이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이야 계파공천 논란이 불거지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은 크지만 막상 공천국면이 되면 생존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