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혁신적인 교육 실험이 주는 교훈

2023-04-13 12:01:34 게재

인공지능(AI) 챗GPT의 부상으로 교육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식전달에 집중하고 암기력만 요구했던 지금의 교육체제 때문이다. 자기주도형 교육을 통해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미국의 미네르바대학, 프랑스의 에꼴42 같은 혁신적 모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자는 지난달 프랑스의 에꼴42 파리캠퍼스를 방문해 관계자와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에꼴42는 민간 주도로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교육실험으로 꼽힌다. 교수·교재·학비가 없는 '3무(無)'의 자기주도형 교육을 표방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식 과제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동료들이 상호평가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과제 해결을 통해 마치 게임하듯 특정 단계에 도달하면 과정이 종료된다. 학위도 없으니 형식적인 시험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암기 위주 학습 시스템인 교수와 수업 없어

학교 관계자는 "입학에 필요한 자격이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창의력을 갖춘 사람을 키우기 위해 암기 위주의 학습 시스템인 교수와 수업을 없앴다"고 소개했다. 수학 중인 최규봉씨는 한국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정보기술 전문 교육기관인 에꼴42에 입학했다. 최씨는 "컴퓨터 관련 지식이 없어도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며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동빈씨는 "학교는 1년 뒤, 3년 뒤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식을 가르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시시각각 바뀌는 기술에 적응하고 습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에꼴42 파리캠퍼스에만 연간 1000여명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50대 1에 달한다. '라 피신'(수영장)이라고 불리는 입학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4주 동안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받는다.

교육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혁신, 자기계발과 의사소통, 기업가 정신 등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21단계로 구분해 제공한다. 21레벨이 되면 수료증 발급이 가능하지만 별도 졸업 기간이나 학위 수여는 없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학생들이 특정 레벨에 도달한 경우 EU에서 통용되는 학사 및 석사 자격을 부여한다. 취업에도 어려움이 없어 에꼴42 게시판을 통해 매년 900개 이상 기업이 구인 제안을 보내며 포토리아 블라블라카 등 수많은 유망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설립자인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모바일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은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면서 기존 교육방식으로는 필요한 인재를 기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재를 출자해 에꼴42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교사 주도의 암기식 교육방식은 근대적인 공교육이 도입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길어야 150년 정도 된다. 여러 기록을 근거로 조선시대 교육 방식을 재구성해 보면 상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성균관의 규칙인 학령(學令)에 따르면 교육장면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먼저 학생이 공부해온 것을 스승에게 확인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승과 함께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한 내용을 스승에게 확인받는 것은 서당과 향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학생이 공부를 하면서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스승에게 묻고 스승도 학생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을 질문한다. 학생이 답을 제대로 못하면 김홍도의 풍속도 '서당' 장면처럼 꾸중을 듣기도 하고 잘 답변하면 토론도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성균관의 교육방식이었다.(이상무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시대 교육방식에서 주목할 부분은 학생들의 예습을 전제로 수업에서는 학생과 스승이 상호작용하면서 수업을 만들어 가는 자기주도형이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온라인으로 사전학습 후 모여 토론과 실습 등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는 플립러닝(거꾸로 수업)과 유사하다.

암기식 교육에서 자기주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교육방식은 시대의 산물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우리 교육도 이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있다. 코로나19와 에듀테크의 발전에 힘입어 교육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챗GPT는 그 변화의 속도를 앞당길 것이다. 이제 교육은 기존의 '암기식 교육'에서 '자기주도형 교육'으로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교육계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수 정책팀장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