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곧 발의 … 여당 '세월호 트라우마'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 내용
"경찰수사 다 하지 않았나"
여당, 추가 진상규명에 부정적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반년 만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참사 발생 174일째인 오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발의 사실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여당은 추가 진상규명에 부정적이어서 실제 국회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2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국회를 찾아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관련 내용을 올려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의 동의를 받아냈다.
이날 유가족들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다는 점을 들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원에서도 "경찰 특수본의 수사는 형사처벌을 목표로 진행됐지만 꼬리자르기 수사로 사실상 마무리됐고,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일정 부분 확인했지만 기간도 짧았고, 행정부의 비협조로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수사나 국회 국정조사로도 밝히지 못했던 의문을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특별법을 꼭 발의해 조사기구를 만들어서 충분히 조사하고 잘못된 사람들은 벌 받을 수 있게끔 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유가족들을 만난 야3당 의원들은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유가족과 간담회에서 "국회는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특별법 제정에 지체없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에 5만명 국민 성원이 모인 것은 진상규명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참사 없는 국가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협조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은 아직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다. 보수 세력의 몰락을 불러왔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출발점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는 트라우마는 여권 내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지자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선 안된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는 견제성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13일 여당 측 원내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경찰에서도 이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국회에서 국정조사도 하지 않았느냐"면서 "세월호 때는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점이 있었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사건 자체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야3당이 특별법 제정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는 있지만 최근 단독 입법을 강행한 다른 법안처럼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 특성상 조사기구를 만드는 것은 결국 행정부 몫이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당을 최대한 설득하면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박주민 의원은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이번 법안을) 당론으로 만들면 국민의힘과 대화가 오히려 경색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인 남인순 의원은 "국정조사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만 가지고는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본인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여당의 동참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