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총선에서 정말 이기고 싶다면

2023-04-14 16:06:19 게재

아직 1년이나 남았지만 정치권 관심은 온통 총선에 쏠려 있다. 여당이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부패혐의를 부각시키며 '거야심판론'을 띄우는 것도, 야당이 미국의 도·감청이나 대일외교 등에서 보여준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며 '정권심판론' 자락을 까는 것도 이미 총선전쟁이 본격화됐다는 징표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친윤 지도부 옹립 무리수나, 민주당 내부의 친명-비명 갈등도 본질은 총선 공천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국민에게 총선은 아직 '당신들의 놀음'일 뿐이지만, 어쨌건 대통령실과 여야는 향후 4년의 입법권력을 놓고 건곤일척의 대결에 돌입한 모양새다.

임기중반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 강해

흔히들 구도와 인물, 바람을 선거의 3대 요소라고 한다. 이중 '구도' 측면에서 보면 내년 총선은 여권에게 그다지 좋은 지형이 아니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중간평가' 성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권은 거대야당이 사사건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며 '국회심판론' '국정지원론'으로 반전을 꾀하겠지만,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경제환경, 정권의 매력 등 여러 요소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우선 경제환경 자체가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권 담당자들은 경기가 하반기부터 상승할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각종 지표는 이런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1월 전망치(1.7%)보다 0.2%p 더 낮춘 것이다. 우리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 10개 지표 중 7개가 '하강' 또는 '둔화'를 나타냈다. 이 모두가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신호다. 말하자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고전적인 선거 캠페인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경제환경의 불리함을 메꿀 다른 반전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60%대 안팎에서 움쩍달싹 않는 국정지지 부정률도 그렇지만, 말끝마다 설화를 일으키는 여당 지도부와 전광훈 목사 같은 장외 훈수꾼의 면면은 '그래도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하고 망설이는 잠재적 지지층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여권이 오매불망 기대를 거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총선까지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권에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치에 발을 들일 산뜻한 얼굴도 보이지 않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회자되는 '검사출신 다수 전면배치' '친윤 꽂아넣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총선 D-1년 즈음의 각종 여론조사 지표도 정권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의 4월 2주 데일리오피니언(4월 11~13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긍정평가는 27%, 부정평가는 65%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11월 3주 이후 5개월 만이다. 내년 총선 성격이 윤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간평가가 된다면 현재 지지율로는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웃을 일도 아니다. 현재진행형인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곪을 대로 곪은 친명-비명 갈등, 여전히 버리지 못한 586 운동권 주류의 기득권 행태, 여기에 개딸들의 비정상적 지지에 의존하려는 '팬덤정치' '유튜브정치'는 윤석열정부 하는 꼴이 눈에 시어 '정권견제론'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조차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게 만든다.

미움의 응집이 '바람'으로 몰아칠 수도

지금 여야 정치권 모습을 보면 내년 총선은 결국 '누가 덜 미우냐'의 대결이 될 것 같다. 'A냐, B냐'가 아니라 'A냐, 안티A냐'의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움과 거부감의 응집이 '바람'이 되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는 길은 딱 하나다. 미운짓을 덜 하면 된다. 역대 선거를 들여다보면 '기득권 대 변화' '낡음 대 새로움' '과거 대 미래' '분열 대 통합'의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더 기득권 낡음 과거 분열인 쪽이 유권자의 버림을 받았다. 이것은 불변의 선거법칙이다.

정말 총선에서 이기고 싶다면 상대보다 먼저 변화하려고 애쓰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미래를 고민하고,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져도 상관없다면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된다.

남봉우 주필
남봉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