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안전하게 내려야 항해 끝"
정동화 선장
20일 오전 8시.
제주항 북방 20마일(36㎞) 지점을 지나면서 정동화(67. 사진) 비욘드 트러스트호 선장은 현재 기상이 출항 전 예측했던 날씨와 비슷하다며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 했다. 제주항 입항 예정 시각은 9시 30분이지만 선석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다른 선사의 선박이 자리를 빨리 비켜주기로 해 30분 정도 빨리 항해를 마무리할 수도 있게 됐다.
정 선장은 "인천에서 출항하기 전 제주항 입항할 즈음 제주항과 인근 날씨를 확인한다"며 "날씨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맹골수도에 근접했을 때는 오전 5시 즈음. 비욘드 트러스트는 맹골수도와는 11마일 (약 20㎞)거리를 두고 바깥 통항로를 지났다. 세월호는 당시 통항로를 벗어나 맹골수도로 들어갔다.
정 선장은 "세월호는 있을 수 없는 사고였다, 애석한 일"이라며 "인천~제주 뱃길을 운항하는 선박을 맡고있는 입장에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선장은 도착지 항구로 입항하고 부두에 접안할 때 특히 집중한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내는 좁고, 바람이 불면 선박이 밀리고 움직인다"며 "정밀하게 선박을 기동해야 하는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를 운영하는 선사 하이덱스 스토리지가 정 선장에 대해 가진 신뢰를 굳건해 보였다. 연안여객선은 정기적으로 오가는 항로를 잘 알고 있어 도선사에게 맡기지 않고 선장이 자력으로 도선할 수 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항내로 진입하고 접안할 때 도선사와 예인선 없이 자력으로 도선하고 접안한다.
전광천 하이덱스 스토리지 사업본부장은 "비욘드 트러스트호 초대 선장이 더 경험 많고 기능이 좋은 선장이 운항하는 게 좋겠다고 해 선장경력 37년의 정동화 선장을 초빙했다"며 "국내 최대 카페리여객선으로 가끔씩 돌풍도 부는 제주항 접안능력을 가진 베테랑"이라고 말했다.
정 선장은 "선박을 접안할 때는 측면에 있는 보조플로펠러(사이드 슬라스터)를 이용한다"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항 선석을 같이 사용하는 배가 예정된 시각보다 빨리 선석을 비우고 이동하면서 비욘드 트러스트는 예정보다 29분 빠른 오전 9시 1분, 제주항에 기항했다.
정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려야 항해가 끝난다"며 승객들이 하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