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청년이 결정한다│1. 달라진 세대구도
'40·50대 진보' '60대 이상 보수' … 이념틀 벗어난 '청년'
리서치뷰, 16대·18대·20대 대선 득표율 분석
'40대 이하 진보·50대 이상 보수' 등식 변화
86세대 고령화로 진보 지지 50대까지 올라가
2030세대, '진보'에서 벗어나 선거 결정권자로
보수, 진보 등 이념적 지지대상을 기준으로 구분한 세대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50대 후반과 60대 초반까지 올라가면서 진보진영의 핵심지지층이었던 세대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40대 이하'가 진보진영이었다면 최근에는 '50대 이하'로 상향조정됐다. 보수진영의 세대구분 역시 '50대 이상'에서 '60대 이상'로 한 단계 올라섰다.
또다른 변화는 '30대 이하'다. '젊은 층= 진보'라는 등식은 '옛날식 분석'으로 치부된 지 오래다. '30대 이하'는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세대로 분류되고 있다. '결국 투표는 진보진영에 하겠지'라는 진보진영의 상식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0대 대선에서 2030세대는 진보진영 후보에 비수를 날리며 보수진영 윤석열 후보의 0.7%p차이의 신승을 안겨줬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40~50대'와 '60세이상'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해졌다. 20~30대의 투표방향에 따라 거대양당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 여론조사 분석과 컨설팅 전문회사인 리서치뷰가 대선 출구조사를 근거로 세대별 투표성향을 분석한 결과 2002년의 16대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노무현 후보는 '29세 이하'와 30대에서 각각 62.1%, 59.3%를 얻어 보수진영의 이회창 후보(31.7%, 33.9%)에 비해 30.4%p, 25.4%p 높은 지지를 얻었다. 40대에서는 노 후보가 48.7%를 얻고 이 후보가 47.4%를 얻어 격차가 1.3%p에 머물렀다. 출구조사 전체 득표율 격차인 2.3%p(노무현 49.1%, 이회창 46.8%)보다 적었다.
50세 이상에서는 이 후보가 59.8%의 지지를 얻었고 노 후보가 39.8%를 득표해 20.0%p의 격차를 보였다. 노 후보는 20~30대의 전폭적 지원으로 이 후보를 간발의 차로 이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이때는 386세대가 30대와 40대 초반에 걸쳐 분포하면서 '486세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시기였다.
10년 후인 2012년에 치렀던 18대 대선만 보더라도 승자였던 보수진영 박근혜 후보와 진보진영 문재인 후보의 격차(출구조사 1.2%p, 실제 3.5%p)는 '50대 이상'과 '40대 이하' 싸움의 결과였다.
29세 이하에서 문 후보(65.8%)는 박 후보(33.7%)에 비해 32.1%p 많은 표를 가져왔다. 30대와 40대 득표율에서도 문 후보(66.5%, 55.6%)가 박 후보(33.1%, 33.1%)를 33.4%p, 11.5%p 앞섰다.
86세대가 50대 초반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지만 '50대 이상'의 보수성향은 견고해 보였다. 50대는 박 후보에게 62.5%의 표를 줬고 문 후보에겐 37.2%의 지지를 보내며 기존의 성향을 이어갔다. 격차가 25.1%p 였다.
60세 이상은 '절대적인 지지'를 박 후보에게 쏟아냈다. 72.3%가 박 후보를 지원했고 문 후보는 27.5%를 얻는데 그쳤다. 유권자들이 10살씩 나이를 더해 20대가 30대, 50대가 60대가 됐고 10대가 새롭게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세대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0년만에 달라진 세대구도 = 지난 2022년에 0.7%p 박빙승부를 펼쳤던 20대 대선에서는 세대구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출구조사의 득표율 격차는 0.6%로 실제 투표와 0.1%p 격차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줬다.
과거 대선에 비해 초박빙 승부였지만 5% 이내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86세대들이 50대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50대 지지율에서 진보진영 후보가 앞서는 달라진 상황이 펼쳐졌다. 50대 투표자 중 52.4%가 진보진영 이재명 후보를 밀어줬다. 보수진영의 윤석열 후보 득표율(43.9%)보다 8.5%p 높았다.
60세 이상에서는 보수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여줬다. 윤 후보가 67.1%, 이 후보가 30.9%를 기록하며 36.2%p의 격차를 만들었다. 반면 40대는 진보진영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이 후보에게 60.5%, 윤 후보에게 35.4%의 표를 던졌다. 격차가 25.1%p였다.
진보진영은 50대를 얻은 반면 '30대 이하'의 독점권을 잃었다. 29세 이하에서 윤 후보는 45.5%를 얻어 이 후보(47.8%)에 2.3%p 밀리는 데 그쳤고 30대에서는 48.1%를 얻으며 이 후보(46.3%)보다 1.8%p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000년대에 실시한 10년 주기의 세 차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대선에서 세대 구도의 질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할 때 청년세대의 보수화 경향이 또렷하다"고 했다. 이어 "40대와 50대에서 이재명 후보는 노무현·문재인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회창·박근혜 후보보다 낮은 지지를 얻었다"며 "민주화 세대인 1960~1970년대 출생자들이 40~50대 주력군으로 편입되면서 나타난 세대효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안 대표는 "'40대 이하는 진보, 50대 이상은 보수'라는 전통적 세대론은 20대 대선에서 유효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청년세대의 재정렬과 4050세대의 진보우위, 60대이상 보수우위 등 크게 3분위로 재편됐다"고 했다.
◆민주당에 불리하게 가는 고령화 = 40·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자 비중이 비슷해지고 있다. 고령화 탓에 40·50대의 비중이 낮아지고 반면에 60대 이상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중앙선관위 선거인수와 투표율 분석자료를 리서치뷰가 재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대선 전체 선거인수는 2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에 비해 17만4263명이 늘었다. 60대 이상이 111만1388명이 증가한 반면 30대 이하는 69만7064명, 40·50대는 24만61명이 줄었다. 안일원 대표는 "60대 이상 선거인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보수진영인 국민의힘에 유리하고 40·50대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진보진영인 민주당에 불리한 변화"라며 "특히 노년층 투표율이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22대 총선에서 60대 이상 투표자수 점유율은 21대 총선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대 총선이 치러졌던 지난 2016년에는 총선 선거인(유권자) 중 40·50세대가 40.9%, 60대 이상이 23.4%였지만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에는 38.7%, 27.3%를 기록했다.
투표자수로 보면 간격은 더욱 좁혀진다. 20대 총선에서 40·50대 중 40.4%가 투표하고 60대이상의 투표율은 28.0%였지만 21대엔 각각 38.9%, 31.5%로 격차가 12.4%p에서 4년만에 7.4%p로 줄어들었다. 결국 승패는 20·30세대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진보진영이 우위에 있는 '4050세대'와 보수진영 지지율이 높은 '60대 이상' 대결구도에서 전체 선거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청년세대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며 "청년세대가 선거의 운명을 쥔 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