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 넓게 자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세계가 인정하는 K-해양과학기술의 메카다.

해양과기원이 개발한 지구시스템모형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섯번째 접합대순환모델(CMIP6)에 포함돼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대한 진단과 대응에 한국의 해양과학이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강도형 해양과기원장은 26일 "지구시스템모형은 1850년부터 현재까지 바다의 상태변화를 재현하고,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해양변화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과기원은 해양수산부와 함께 2030년을 목표로 한국형 연안재해 대응체계(K-오션워치) 구축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제기구·산업계와 함께 역할 = 올해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양과기원은 국내에 3개의 분원과 부설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두고 박사급 연구원만 235명을 보유하고 있다.

28일 해양과기원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국제사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모로코에서 진행된 '제46차 런던협약 및 제17차 런던의정서 과학그룹회의'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보통신기술(M-ICT)·모빌리티연구부 장연식 박사가 만장일치로 부의장에 선출됐다.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는 홍기훈 전 해양과기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 등 해양오염 예방과 관련한 국제적 현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 박사가 과학그룹회의 부의장에 선출되면서 한국은 런던협약·의정서 체계에서 의제를 주도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에 한국은 각각 1993년, 2009년 가입했다.

해양과기원이 보유한 여섯 척의 연구선과 무인잠수정은 국내 해양과학을 연구하는 대학 기업 기관 등에 개방해 함께 사용한다.

2016년 취항한 바다 위 연구소 이사부호는 5894톤, 길이 99.8m, 폭 18m의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이다. 최대 1만 해리(1만8520km)를 중간보급 없이 55일간 연속 항해할 수 있다. 선원 22명과 연구원 38명, 최대 60명이 승선할 수 이 배는 국내 해양과학계의 공동자산 역할도 담당한다.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 각 연구기관과 9건, 이전까지 30건의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위성도 해양연구의 주요 자산이다. 해양과기원 해양위성센터는 국가기상위성센터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해양조사원과 함께 위성을 통한 해양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이들 4개 기관은 천리안위성2호의 해양-기상-환경 탑재체 관측자료를 공유하고 융복합 산출물의 공동개발, 자료서비스 및 품질관리를 위한 업무를 공유하고 있다.

강도형 해양과기원장은 "우리 해양과학자들은 국내외 연안과 대양을 누비며 해양자원 탐사, 해양바이오 및 기후변화솔루션 연구, 해양환경변화 대응 연구, 해양에너지, 수중로봇,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해양신산업 연구, 재난·재해 예측 및 영토수호를 위한 해양력강화 연구 등 해양과학기술의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과기원은 우주보다 가까이 있는 미지의 '해저공간'을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롯데건설 현대건설 SK텔레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순천향대학교병원 등 23개 기관(6개 기업 포함)과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연구에 착수했다. 울산시 울주군 나사리 앞 해저 30m 공간에 3인이 30일간 실제 체류할 수 있는 모듈형 수중 구조물을 설치해 실증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 함께 설치할 수중데이터 센터는 무동력 해수 냉각시스템을 활용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전력소비를 50% 이상 줄이고 탄소배출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책임자인 한택희 책임연구원은 "해저공간 플랫폼은 우주정거장과 같이 다양한 첨단 해양과학기술이 융복합되는 해양과학기술의 집약체"라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6개국에 공동연구센터 운영 = 해양바이오 분야에서도 상용화를 눈앞에 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제주바이오연구센터는 해양미세조류 '스피룰리나'에서 소태아혈청을 대체할 소재를 개발했다. 동물 혈청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세포 성장과 기능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세포배양에 사용한다. 특히 소태아혈청의 활용도가 뛰어나다.

하지만 소태아혈청을 얻는 과정에서 환경·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스피룰리나는 이를 대체할 수 있다. 강 원장이 제주바이오연구센터에서 연구책임을 맡았다.

해양생명자원연구부 강성균 박사는 해양고세균에서 수소를 생산, 상용화 단계에 접근했다. 강 박사는 연구선 온누리호를 타고 남태평양의 심해 열수구에서 발견한 해양고세균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의 유전암호 187만자를 분석하던 중 이 고세균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2010년)하고, 에너지생성 기작을 규명(2014년)해 대량 배양했다.

민간과 협업으로 충남 태안의 서부발전소에 설치한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를 통해 순도 50% 수준의 수소를 1일 1톤, 연간 330톤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검증을 끝낸(2019년) 후 연구소기업 바이오테크서비스와 손잡고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양과기원은 바이오테크서비스를 포함 9개 연구소기업에 출자해 공동 운영 중이다.

해양과기원은 마이크로네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칠레 등 6개국에 해외기지와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공적개발원조(ODA), 공동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는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KIOST-NOAA 연구소'를, 영국에는 플리머스해양연구소(PML)에 'KIOST-PML 연구소'를 설치해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해양과기원의 연구성과는 국내 해양수산부문 최대 포상인 장보고대상 수상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해수부와 한국해양재단 내일신문이 공동운영하는 장보고대상에서 해양과기원과 소속 연구원들은 7년에 걸쳐 수상자를 냈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16년간 2년에 한 번 꼴로 수상자를 배출했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 |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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