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글로컬대학30'이 성공하려면

2023-05-02 11:44:08 게재

교육부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 지방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 동안 집중 지원한다.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에 지방대학들의 관심도 높다.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글로컬대학위원회'에서 심사해 6월 중 15개 예비지정대학을 선정한다. 예비 지정된 15개 대학이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공동으로 혁신기획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광역지자체가 교육부에 계획서를 제출하면 10월 중 10개 대학을 최종 선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10개 대학, 2024년 10개 대학, 2025년 5개 대학, 2026년 5개 대학 등 4년간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선정 대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비수도권 지역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2027년까지 5년 동안 1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받는다.

2024년 글로컬대학 선정 뒤 후폭풍 우려

'글로컬대학30'은 지방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혁신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학령인구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존폐 위기의 대학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15년 동안이 대학혁신의 마지막 기회다. 이제 지방대학들도 교육기관의 기능을 뛰어넘어 지역경제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자체들도 글로컬대학 선정을 앞두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부가 실행계획 수립시 광역과 기초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해서다. 지자체들은 관내 지방대학들이 예비지정 15개 대학에 포함되면 글로컬대학에 최종 선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대학들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자체 TF팀을 꾸리고 혁신기획서를 만드느라 초비상이다. 충청지역 한 국립대학 당국자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학교의 명운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1000억여원의 지원비가 문제가 아니다.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되면 낙인효과로 대학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있어서 선정 과정의 어려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정되는 10개 글로컬대학은 지역을 대표하는 국·공립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논란 가능성이 적다. 문제는 2024년이다. 10개 글로컬대학을 추가로 선정할 때는 탈락된 대학들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 게다가 총선 국면까지 겹치면서 정치 쟁점화될 수도 있다.

'국·공립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 중소 사립대는 탈락을 우려해 참여를 기피하는 조짐까지 보인다. 교육부의 선정기준을 보면 대학간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지역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대학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대 통합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재단이 서로 다른 사립대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려워 통합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산업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체가 많은 지역에는 주로 지역거점 국립대가 위치한다. 국내 비수도권 사립대학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글로컬대학에 도전했다가 탈락하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힐까 도전을 포기하는 사립대학이 늘어날 수 있다.

30개 대학 살리고 140개 대학 고사위기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이 지정된 30개 대학만 살리려는 게 아니라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글로컬대학을 지정해 집중지원하면 다양한 혁신모델이 다른 대학들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는 달리 30개 대학은 살리고 140여개 대학은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30개 글로컬대학으로 170여개에 이르는 지방대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온돌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학 온돌방은 구들에 문제가 생겨 열이 잘 전달되질 않는다. 아랫목이 들끓는다고 해서 윗목이 따뜻하지 않다. 윗목 대학들은 여전히 춥다고 아우성이다.

'두뇌한국(BK)21사업'이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등 수많은 대학 재정지원 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학들 반발 때문에 사업 범위를 넓혔다. 'PRIME 사업'도 5개 대학만 선정해 집중지원하면 세계 일류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시작했지만 결국 시행과정에서 21개 대학으로 대상이 늘어났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성공하려면 대학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돼야 한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기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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