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워싱턴선언'과 새로운 안보위기
2023-05-03 11:36:32 게재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5박 7일간의 방미 성과를 설명하면서 "워싱턴선언으로 한미 안보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은 나토의 핵기획그룹(NPG·Nuclear Planning Group)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까지 의미를 부풀렸다. 그러나 '핵 공유'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은 미 백악관 당국자가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워싱턴선언을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통에 망신만 자초했다.
사실상 '핵 공유'라는 아전인수 주장에 정색하며 반박한 미국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귀추를 주목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서 미국의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자 획기적 확장억제강화 프레임으로 성과를 포장하려는 '국내용 발언'임을 고려해 짐짓 얼버무리며 넘어가 줄 법도 한데 정색을 하며 반박한 것은 핵정책에 관한 한 미국이 그만큼 민감하고 엄격하다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북한 핵에 대한) 실효적 방안이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데 대해 바이든 미 대통령이 "노(No)"라고 일축, 단칼에 부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한미가 신설키로 한 '핵협의그룹'과 미국이 나토와 운영하는 '핵기획그룹'의 차이는 현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나마 '핵 협의'도 워싱턴선언 해당문구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하며"로 되어 있을 뿐이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워싱턴선언을 톺아보면 '글로벌동맹' '가치동맹' 수사 속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한국이 철저히 부합한 느낌이다. '우리만의 국익'은 없다. 자국실리를 추구하는 세계 대다수 국가들 행보와 달리 나 홀로 역주행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정상회담 전 윤 대통령의 각종 회견에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혀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이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모호하게 흐렸고, 하버드대학 연설 후 문답에서도 전제조건을 언급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문턱을 낮췄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하나의 중국'의 상징이자 미중갈등의 최대현안으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운운하며 자극한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격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최종태도 확정을 유보해온 중국에 선제적으로 통첩을 날린 꼴이다. 거칠어진 중국의 반발은 앞으로 전개될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것 같아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이 공식화되면 러시아의 반발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만 바라보며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편향·외곬정책이 우리 안보와 한반도평화 관리에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중국·러시아 적대로 커진 안보불안, 민생경제 악화와 직결
북한도 연일 비난수위를 높인다. 도발의 명분을 쌓아가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추구하는 한미일 연대가 강화될수록 북중러 연대도 공고해져 신냉전 위기가 고착될 위험이 크다. 대결국면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면, 평화외교 노력은 제쳐놓고 압도적 힘에만 의존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안보불안은 민생경제 악화와 직결된다. 중국 반도체 수출길이 막히며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방미 전부터 예상했던 바지만 결과는 '확장억제 강화'란 겉포장을 풀어헤치면 빈손외교다. 오는 7~8일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에 이어 이달 중순 일본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 때 한미일정상회담이 열리고 3각 군사공조 강화가 본모습을 드러내면 이런 우려는 더욱 현재화할 위험성이 크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까지 의미를 부풀렸다. 그러나 '핵 공유'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은 미 백악관 당국자가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워싱턴선언을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통에 망신만 자초했다.
사실상 '핵 공유'라는 아전인수 주장에 정색하며 반박한 미국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귀추를 주목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서 미국의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자 획기적 확장억제강화 프레임으로 성과를 포장하려는 '국내용 발언'임을 고려해 짐짓 얼버무리며 넘어가 줄 법도 한데 정색을 하며 반박한 것은 핵정책에 관한 한 미국이 그만큼 민감하고 엄격하다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북한 핵에 대한) 실효적 방안이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데 대해 바이든 미 대통령이 "노(No)"라고 일축, 단칼에 부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한미가 신설키로 한 '핵협의그룹'과 미국이 나토와 운영하는 '핵기획그룹'의 차이는 현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나마 '핵 협의'도 워싱턴선언 해당문구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하며"로 되어 있을 뿐이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워싱턴선언을 톺아보면 '글로벌동맹' '가치동맹' 수사 속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한국이 철저히 부합한 느낌이다. '우리만의 국익'은 없다. 자국실리를 추구하는 세계 대다수 국가들 행보와 달리 나 홀로 역주행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정상회담 전 윤 대통령의 각종 회견에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혀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이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모호하게 흐렸고, 하버드대학 연설 후 문답에서도 전제조건을 언급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문턱을 낮췄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하나의 중국'의 상징이자 미중갈등의 최대현안으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운운하며 자극한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격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최종태도 확정을 유보해온 중국에 선제적으로 통첩을 날린 꼴이다. 거칠어진 중국의 반발은 앞으로 전개될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것 같아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이 공식화되면 러시아의 반발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만 바라보며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편향·외곬정책이 우리 안보와 한반도평화 관리에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중국·러시아 적대로 커진 안보불안, 민생경제 악화와 직결
북한도 연일 비난수위를 높인다. 도발의 명분을 쌓아가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추구하는 한미일 연대가 강화될수록 북중러 연대도 공고해져 신냉전 위기가 고착될 위험이 크다. 대결국면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면, 평화외교 노력은 제쳐놓고 압도적 힘에만 의존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안보불안은 민생경제 악화와 직결된다. 중국 반도체 수출길이 막히며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방미 전부터 예상했던 바지만 결과는 '확장억제 강화'란 겉포장을 풀어헤치면 빈손외교다. 오는 7~8일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에 이어 이달 중순 일본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 때 한미일정상회담이 열리고 3각 군사공조 강화가 본모습을 드러내면 이런 우려는 더욱 현재화할 위험성이 크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